대전 호수돈여고에서 지난 2년동안 기말고사의 채점 오류가 수백건 발생해 학생들의 과목별 석차등급이 뒤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오류에 의한 피해자들 가운데는 이미 졸업한 학생이 10명에 이르고 있고, 잘못된 채점으로 10명은 석차 등급이 오르고 16명은 한등급씩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이를 감사한 대전교육청은 홈페이지에 공시하도록 한 감사 결과를 감사가 마무리 된지 3개월이 지난 시점까지 공시도 하지 않다가 언론보도 이후에야 부랴부랴 공시하는 등 은폐 의혹도 받고 있다.
▲등급 뒤바뀐 학업 성적처리 = 대전교육청은 지난 3월 이학교에 대한 3년마다 정기 감사를 실시했다. 당초 교장 연수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민원이 발생하면서 조사하는 과정에서 종합감사까지 확대됐고, 결과는 놀라웠다.
감사결과 정작 문제가 됐던 교장 연수대상자 선발 과정에는 특이 사항을 발견하지 못했지만, 학업성적처리에 상당한 문제점이 발견됐다.
감사 결과 2014∼2015년 1·2학기 기말고사 시험지 답안을 재검한 결과 국어, 영어, 수학, 과학 등 전 과목에서 321건의 서술형 채점 오류가 드러났고 이로 인해 26명의 과목별 석차등급이 상향 또는 하향됐다.
교육청은 교사 1명에 대해 감봉 조치를 했고, 전 교장은 견책, 교사 34명 대해서는 경고(행정처분) 처분을 내렸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서술형 답안을 채점한 결과 유사정담을 관련 절차에 따라 정답으로 인정하지 않고, 초검 및 재검 교사들 임의대로 정답으로 인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321건의 채점 오류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채점 오류에 따라 A 학생은 2014년 1학기말 과학 시험에서 1등급을 받아야 했지만 2등급으로 하락했다. 학생부 성적의 등급은 원하는 대학의 당락을 결정할 수 있을 수 있어 채점 오류에 따른 학생은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이밖에도 이 학교는 시험을 완료한 답안지를 관리하지 않아 어디에 있는지 존재여부도 확인할 수 없는가 하면, 지필평가 시험문제 중 담당 교수달의 부주의한 문제 출제로 11번의 재시험이 시행되는 등 관련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하지 않았다는 지저을 받았다.
학교 측은 “지난 2년간 성적처리 과정이 철저하지 못했고 일부 오류가 있었음을 인정하며 학생, 학부모에게 진심 어린 사과의 뜻을 표한다”며 “감사 지적 후 평가문항 출제 및 채점, 학업성적관리위원회 운영, 학사관리 등에 관한 연수를 강화했고, 잘못된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재발방지 조치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교육청 감사 결과 공개 은폐의혹= 시교육청은 이번 호수돈 여고 감사 이후 감사 결과를 홈페이지에 공개하지 않아 은폐의혹을 사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지난 3월 감사 실시 이후 결과와 조치는 6월에 완료됐지만, 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가 언론 보도 이후에야 부랴부랴 공시를 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3.0 정보공개 활성화 정책 이후 감사원은 각 시도 교육청의 감사 결과를 공시하도록 평가를 하고 있으며, 공시하지 않을 경우 평가에서 감점을 받기도 한다.
감사 결과 공시에 대해서는 공개하도록 하고는 있으나, 기한은 규정하지 않고 있다.
3년에 한번씩 하는 감사 주기로 피해자가 졸업한 이후에 밝혀지는 감사 결과도 문제다. 교육청은 전국적으로 감사 주기가 3년 미만은 없고 오히려 주기를 늘릴 계획이라며 종합감사의 의미가 크지 않다고 밝히고 있으나, 피해자들이 졸업 이후에나 사안이 드러나는 구조에 대해서는 대책이 요구된다.
시교육청 감사실 관계자는 “각 분야별로 엽무 관장 부서에서 평상시 관리를 하고 지도 점검을 하는 만큼 종합 감사의 주기를 줄이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대부분의 학교들이 큰 문제없이 학사 운영을 하고 있으나 이 학교의 경우 특수하게 교장이 공석이었고, 이기간에 학사에 누수가 생겼던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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