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발전, 수도권 과밀 해소 위해 자명
2004년 행정수도 위헌 판결 ‘부처 분산’ 비효율 자초
호주, 말레이시아, 독일 등 사례 타산지석
행정수도 건설은 국토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을 해소하기 위함이다.
국토 10분의 1가량에 인구와 경제 절반이 몰려 있는 비정상을 바로잡으려는 시대적 과제다.
세종시가 출범한 지 4년이 흘렀지만, 서울과 지방의 불균형은 여전하다는 데 이견은 없다.
수도이전론이 최근 대권주자들 사이에서 다시 고개를 드는 이유다.
특정국가의 정치, 행정, 경제를 분리하는 것은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행정수도 건설이 자명한 이유는 해외 사례로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호주는 영국에서 독립한 이후 해안도시 시드니, 멜버른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불균형 발전이 계속되자 호주 정부는 1909년 당시 내륙의 불모지인 캔버라를 후보지로 선정, 수도이전을 시작한다.
시드니에 있던 권력의 핵심, 총독, 총리 관저를 1927년부터 옮겼고 국회의사당과 정부 부처도 이전했다.
캔버라는 현재 교육, 취업률, 문화지수 등 호주에서 최고를 자랑하는 도시로 성장했고, 자연스럽게 시드니의 과밀화는 완화됐다.
말레이시아 푸트라자야도 수도이전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이곳은 수도 쿠알라룸푸르의 과밀화 및 혼잡을 줄이기 위해 정부 부처가 1999년부터 14년에 걸쳐 이곳으로 옮겨왔다.
이후 꽃, 자전거 페스티벌 등 공격적인 도시 마케팅으로 글로벌 도시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쿠알라룸푸르는 여전히 상업과 금융의 중심지로 경제수도 역할을 하며 상생하고 있다.
물론 수도이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하기는 한다.
호주 캔버라는 산업 기능이 약해 일자리 창출과 자족성에서 한계를 노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말레이시아 푸트라자야는 쿠알라룸푸르와 20여㎞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수도권 확장 개념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브라질 행정수도인 브라질리아는 건설 이후 국가적으로 과도한 부채에 시달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시각은 특정지역에 과도하게 집중된 정치, 행정, 경제 기능을 분산해 국토균형발전 초석을 다졌다는 성과를 너무나 폄훼한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부처 분산’으로 발생하는 행정 비효율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행정수도건설은 더 미뤄서는 안 된다.
독일의 수도이전 사례에서도 이를 알 수 있다.
독일은 통일 직후인 1991년 베를린으로 수도를 이전하면서 남부에 있는 본이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볼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자 14개 부처 중 교육, 경제 등 6개 주요 부처를 본에 잔류시켰다.
이를 두고 독일 공무원들은 600㎞에 달하는 거리를 오가야 하는 행정, 경제적 낭비를 감수해야 했다.
1년에 비행기로 두 도시를 오간 횟수만 5000회 이상 달한다고 알려졌다.
당시 독일에서도 이같은 행정비효율에 대한 비판이 나온 바 있다.
이를 두고 당시 독일 슈뢰더 총리는 행정 비효율을 인정하며 “사람들은 정치적 결정이 내려지는 곳으로 이동하는 경향에 따라 본에 남아 있는 모든 부서가 베를린으로 이동할 것이다”고 전망을 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행정수도 위헌 판결과 국론분열로 결국 서울과 세종시 ‘부처 분산’이 불가피했고 결국 행정비효율을 자초했다.
국토균형발전과 행정비효율을 해결하기 위해 행정수도건설은 충청권이 아닌 대한민국의 시대적 과제로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끝> 강제일·송익준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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