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신고에는 경찰 현장 출동 안해
경찰이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에 대해 ‘꼭 필요한 최소한도 범위 안에서만 수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경찰청은 8일 112 신고·출동, 사건의 접수, 수사 진행·종결 등 수사 절차를 구체적으로 담은 약 500쪽 분량의 수사 매뉴얼 4000부를 전국 경찰서에 배포했다.
경찰은 수사 매뉴얼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핵심 내용을 요약한 수첩 크기의 포켓북 1만 5000부도 함께 배포했다.
경찰이 공개한 수사 매뉴얼에 따르면 증거를 첨부해 서면으로, 실명으로 신고한 경우에만 접수·처리된다.
또 112 등 전화 신고가 접수될 경우 현장에 출동하지 않는다.
수사에 착수할지부터 일선 경찰서 수사과장(경정)급 간부가 신중하게 판단해 결정한다.
다만, 경찰은 단순 과태료가 아닌 형사처벌 범죄(1회 100만원·1년 합계 300만원 초과 금품수수)의 경우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 전화 신고라도 현장에 출동한다는 계획이다.
수사 매뉴얼은 경찰관이 식사나 경조사비 제공 관련 위반행위의 사실관계를 확인하려고 주택이나 사무실, 음식점, 장례식장 등을 출입하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식사·경조사비 제공과 관련된 위반행위는 대부분 과태료 부과 사안인 만큼 결혼식·장례식 등 경조사의 진행을 방해하거나, 식당의 영업에 피해를 주는 상황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청탁금지법과 관련된 신고는 위법행위자의 소속기관 및 감독기관, 감사원, 경찰 등 수사기관,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할 수 있다.
신고자는 자신의 인적사항과 신고 취지·이유, 신고내용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함께 제출해야 한다.
허위신고할 경우 형법상 무고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신고자의 인적사항이 불명확한 투서·진정서나 신고 대상 및 증거 등이 첨부되지 않은 경우에는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에 임시 접수됐다가 반려조치된다.
경찰은 신고 내용이 구체적이고, 제출된 자료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정황상 위법행위가 벌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경우 예외적으로 내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법률 시행 이후에는 수사절차 및 제도 개선점 등을 지속해서 보완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오는 28일 시행된다. 이 법이 적용되는 공직자·언론인 등이 400만명에 이르고, 위법행위에 연루된 일반인도 처벌 대상이다. 구창민 기자 kcm2625@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