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현의 스포츠 돋보기]스포츠사고와 안전 대책

  • 스포츠
  • 생활체육

[정문현의 스포츠 돋보기]스포츠사고와 안전 대책

  • 승인 2016-09-08 13:52
  • 신문게재 2016-09-09 10면
  • 정문현 충남대 스포츠과학과 교수·대전체육포럼 사무정문현 충남대 스포츠과학과 교수·대전체육포럼 사무
▲ 정문현 충남대 스포츠과학과 교수·대전체육포럼 사무총장
▲ 정문현 충남대 스포츠과학과 교수·대전체육포럼 사무총장
1989년 대학 1학년 5월 적십자에서 교육하는 '인명구조원' 교육을 받고, 지금의 뿌리공원 안영리로 인명구조원 봉사활동을 갔다.

이 날은 안타깝게도 필자의 동기가 인명구조 훈련 중 익사해 장례를 치르던 날이었고, 사고 조사차 경찰이 현장 검증을 나갔을 때 중학생이 또 익사한 곳이었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안전 근무하는 가운데 의경이 천천히 걸어와 시체를 건져놨다고 오라고 했다.

재빨리 몸을 일으켜 가리킨 곳으로 뛰어가니 천막으로 덮어 놓은 시체가 보였고, 부인은 옆에서 울고 있었다. 필자는 살려야겠다는 마음으로 천막을 걷어내고 인공호흡을 실시했다. 그러나, 물을 한가득 먹은 익수자에게 구조호흡이 쉽지 않았다. 기도를 개방하고 최초 불어 넣기 두 번을 실시하면, 사람은 위의 음식물을 쏟아내게 되고 이 과정을 통해 호흡을 편안하게 할 수 있게 되는데 익수자는 반응이 없었다. 재차 실시했으나 마찬가지였다. 더 이상 기다릴 수가 없었다.

그대로 인공호흡을 실시하던 중 호흡이 터졌다. 폐에 물이 차고 폐 세포가 터져 피를 뿜어내며 가쁜 숨을 쉬고 있었지만 호흡이 터져 '헉헉대며' 자가호흡을 했다. 다음은 후송인데 119를 기다릴 세가 없었다. 누군가의 봉고차에 실어 충남대학교 응급실로 달렸다.

원래 인명구조원의 역할은 119 구조대원에게 인계하면 그 역할이 끝이 나는데 119 구조대가 오지 않아 필자가 응급실까지 후송하게 된 것이었다. 뒤늦게 익수자가 응급실 침대에서 많은 양의 음식물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병원 간호사들이 다 도망을 가는 상황이 발생했다. 필자는 응급실에서 어떻게든 익수자를 살려보려고 그것을 모두 닦아내며 곁을 지켰다.

보호자는 다른 병원으로 간 상태였고 보호자가 없는 상태여서 응급실과 중환자실을 들어갈 때 필자는 보증서에 서명을 해야 했다.

한참을 지나 조금 안정이 되자 중환자실로 이송을 했는데 이송하고 병실을 나오며 부인이 하는 말에 평생 못이 박혔다. “이제 병원에 오지 마세요. 시부모님 몰래 놀러와서 걸리면 안되거든요” 환자는 15일의 입원치료를 받고 부인과 자녀에게 돌아갔다. 이 사건은 대전적십자사 창립 후 첫 익수자 소생사례가 됐다.

이상하게도 사고를 많이 목격하고 산다. 방동저수지 다리위 투신 사건, 경부고속도로 차량 화재 구조 사고, 고속도로 교통사고, 차량전복사고, 경운기 뺑소니 사고, 빈혈환자 버스 차량 밖 이탈 사고 등등. 그때마다 많은 사람들을 구해주지만, 환자는 의식을 되찾을 때 쯤 이상하게 도망을 간다. 이런저런 경험을 통해 대전시티즌 경기장에서 5년간, 생활체육현장에서 10여년간 응급처치요원으로 활동을 했다.

대학에서 응급처치 강의와 2014년에는 대한레저스포츠회에서 주관한 '국내외 레저스포츠 안전실태조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작년에는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4개국 학자를 초청해 주최한 '스포츠레저안전국제포럼'에서 한국의 레저스포츠 안전 실태에 대해 발표했다. 현재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체육시설안전팀 자문위원, 국민안전처 수상구조부문 자문, 인명구조원을 배출하는 (사)한국수상안전협회 회장을 맏고 있다.

최근 이런저런 레저스포츠대회가 한창이다. 그러나 급하게 외국의 문화를 도입하다 보니 충분한 준비를 못하고 대회개최나 시설을 운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문제는 정부가 이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긴급히 대책을 세우고 있으나 아직 세세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이 “안전”이다. 무엇보다도 참여자 스스로가 철저히 위험을 감지해내고 행동해야 하며, 주최 측에서도 대회 안전에 최선의 방책을 세워야 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2. 세종시 50대 공직자 잇따라 실신...연말 과로 추정
  3. 대전시주민자치회와 제천시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자매결연 업무협약식
  4.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대전.충남 통합으로 세계 도약을"
  5. 천안시의회 김영한 의원, '천안시 국가유공자 등 우선주차구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 상임위 통과
  1. [취임 100일 인터뷰] 황창선 대전경찰청장 "대전도 경무관급 서장 필요…신종범죄 강력 대응할 것"
  2. 대전시노인복지관협회 종사자 역량강화 워크숍
  3.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4. [사설] 충남대 '글로컬대 도전 전략' 치밀해야
  5. [사설] 아산만 순환철도, ‘베이밸리 메가시티’ 청신호 켜졌다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