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대응 매뉴얼 마련, 두차례 경고 후 법적 조치
“야이 XX야. 니네가 뭔데, 나한테 주차위반했다고 돈을 내라고 하는데, 이런 XXX가…”
“아가씨는 몇살? 나 만나볼 생각없어요?”
대전120콜센터에서 근무하는 A씨에게 전화기는 기피대상이나 다름없다.
맡은 업무이기 때문에 전화벨이 울리면 어쩔수 없이 수화기를 들지만, 인신 공격성 욕설과 폭언이 하루에 한 두차례 이상은 매일 이어진다.
A씨가 직무 스트레스로 고통을 겪은 게 하루이틀 일이 아니란 얘기다.
시로 걸려오는 악성 민원 전화가 증가하고 있다.
욕설과 폭언만 아니라 성희롱도 적지 않다. 연령을 떠나 대부분 여성인 상담원들로서는 수치스러울 정도로 거북한 음담패설도 적지 않다.
7일 시에 따르면 올 상반기 대전120콜센터에 접수된 악성민원은 294건이다.
지난해 1년간 발생한 악성민원 368건을 감안하면 올해는 두배를 넘어설 전망이다.
일일 평균으로 보면 2건 정도지만, 상담사들의 직무스트레스는 심각한 수준이라는 게 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동안 상담원들은 감정을 억제하는 등 혼자 고통을 감내하는 등 남몰래 앓아왔다.
문제는 일일 한두건 정도고, 전화를 거는 사람도 달라 처벌을 요청하기도 애매했다는 점이다.
시는 이런 문제의 해법으로 악성민원 대응 매뉴얼을 내놨다.
폭언과 욕설, 장난 전화에 법적 조치를 경고한 뒤 통화를 종료하고, 악성민원으로 등록해 대처하는 방식이다.
같은 행위가 반복되면, 민원관리반이 ARS경고멘트와 법적조치를 재차 경고하게 된다.
그래도 개선되지 않으면 상담내용에 대한 검토 후 법적 조치에 돌입한다.
이른바 삼진 아웃제 방식으로, 성희롱과 폭언·욕설 및 시정무관 민원 등 유형에 따라 통신매체이용 음란죄, 공포·불안 유발죄, 업무 방해죄, 공무집행방해죄 혐의 등으로 고소하는 것이다.
단, 성희롱과 형만료자의 경우엔 두 단계로 줄여 대응한다.
시 관계자는 “그동안 감정노동에 대한 사회적 문제의 증가에도 감정노동의 예방과 치유 등 제도적인 보호장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실정이었다”면서 “감정노동 강도가 가장 센 직업 중 하나인 콜센터 상담사의 인권을 보호하고 직무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준비했다”고 했다. 강우성 기자 khaih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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