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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갈수록 쪼그라드는 지방
하. 새로운 대한민국 행정수도로부터
▲ 서울 N타워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연합뉴스 자료사진 |
대한민국이 위기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어제가 다르게 비대해 지고 있다. 반면, 지방은 시간이 갈수록 쪼그라든다. 이대로 지속된다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서울과 수도권에 지방이 완전히 매몰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서울만 있고 지방은 없는 비정상의 대한민국이 계속되는 셈이다. 문제인식은 있지만, 이를 해결하려는 의지는 박약한 것이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비정상의 정상화’는 과연 요원한 것일까. 정상화의 시작은 세종시를 명실상부한 우리나라 행정수도로 만들어 인구와 경제력, 권력을 나누는 것이 돼야 한다.본보는 ‘행정수도, 시대적 과제다’는 시리즈를 통해 이에 대한 해답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인구·경제력 절반 서울·수도권 집중
GRDP 48.8% 수도권 쏠려, 20여년 전보다 격차 커져
지역구 국회의원, 수도권 10석 늘고 비수도권은 줄어
교육, 문화 등 수도권-지방 격차 국민 체감
대한민국은 사실상 ‘서울 공화국’이다. 국토의 11.8%에 불과한 땅에 우리나라의 인구와 경제력 절반가량이 집중돼 있다.
이같은 집중도는 세계적으로 비슷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한마디로 비정상적 상황인 셈이다.
충남연구원에 따르면 1990년 수도권 인구는 1830만명에 달했다.
당시 전국 인구가 4280만명인 것을 감안하면 42.8% 수준이다.
하지만, 2014년 수도권 인구는 2540만명으로 전국(5137만명)의 49.4%로 24년 전보다 7%p가량 늘었다.
경제적으로도 수도권 집중도는 커졌다.
2014년 전국 지역내총생산(GRDP)은 1485억원으로 경기 329억원, 서울 328억원, 인천 68억원으로 수도권 3개 시·도가 전국의 48.8%를 차지했다.
1992년 수도권 GRDP가 전국의 46.4%를 차지한 것을 감안하면 22년 동안 수도권과 비수도권 경제력 격차가 더 벌어진 것이다.
민간 기업의 수도권 집중 현상은 더 심각하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1000대 기업 본사의 70% 이상이 수도권에, 절반 이상이 서울에 본사를 두고 있다.
수도권에 본사를 둔 기업의 매출이 1000대 기업 전체 매출의 80% 이상, 서울 본사 기업이 약 65%를 차지하고 있다.
비수도권에 본사를 둔 나머지 기업도 대부분 지방 본사를 형식적으로 운영할 뿐 실질적 본사 기능은 서울 소재 사무소에서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서울에서 관리 통제가 이뤄지고, 지방 공장에서 생산기능을 수행하는 형태의 수직적 지배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전문직, 관리직 등 좋은 일자리의 취업 기회도 수도권에 집중되고 있다.
돈이 있는 곳에 권력도 따르는 법, 국회의원 의석수의 수도권 집중도 역시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국회 지역구 국회의원 의석은 모두 253석. 이 가운데 서울 49석, 경기 60석, 인천 13석 등 수도권 3개 시·도에 122석이 몰려 있다.
이는 19대 국회와 비교할 때 수도권에서 10석이 증가한 것이다.
비수도권 14개 시·도는 지역구 의석수가 19대 때보다 오히려 3석 줄었다.
양적 지표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수도권과 지방의 질적 격차다.
국민 생활과 밀접히 관련 있는 교육 문화, 여가, 의료, 미디어 등 분야의 인프라는 비교가 무의미할 정도다.
특히 ‘SKY’ 등 명문대의 서울 집중은 정치, 경제, 문화 등 우리나라 사회 각 분야에서 서울-수도권-지방의 서열화를 고착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명문대 입학 기회 역시 사교육 시장이 발달한 서울이 지방보다 훨씬 유리하다.
자연스럽게 서울과 수도권에 돈과 권력이 모이면서 파워엘리트들이 몰려 살 수밖에 없다.
이처럼 비정상적인 사회구조는 지방 거주자에게 스스로를 ‘2등 국민’으로 깎아내리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강현수 충남연구원장은 “역대 정부가 여러 가지 균형발전 정책을 추진해 왔지만 수도권 집중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실효성 있는 균형발전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제일·송익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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