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정상은 향후 다양한 전략적 소통체계를 발전시켜 나가기로 합의하는 등 사드 관련 협의의 여지를 남겼다.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5일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정상회담 뒤 브리핑을 통해 “사드와 관련해 양 정상은 양측 기본입장 따라 의견을 교환했고, 여러가지 후속 소통을 계속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이날 오전 8시27분(한국시각은 9시27분)부터 9시13분까지 서호 국빈관에서 회담했다. 지난 7월 사드의 한반도 배치 결정 이후 이번이 첫 정상회담이다.
김규현 수석은 “박 대통령은 사드 배치에 관한 한중 양측의 입장은 이미 여러 기회에 교환한 만큼, 다시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보다는 왜 우리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의 엄중성과 시급성 대응해 그런 자위적 방어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는지 설명했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은 회담에서 우리 국민이 느끼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은 중국 측이 느끼는 것과 정도의 차이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사드는 오직 북핵·미사일 대응수단으로 제3국의 안보이익을 침해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는 점, 북핵·미사일 문제가 해결되면 사드 배치는 더 이상 필요 없다는 점 등을 박 대통령은 강조했다.
김 수석은 시 주석의 반응은 공개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상대국 정상의 발언 내용을 우리 측이 확인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양 정상이 이 문제를 직접 대화한 것은 처음이다. 현안에 대해 진솔하게 말씀을 나누고 상호이해를 증진시켰다”고 평가했다.
청와대와 달리 중국 신화통신은 시 주석이 박 대통령 면전에서 ‘사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고 보도했다.
신화통신 영문판은 “사드 이슈를 잘못 다루면 동북아 지역 내 전략적 안정에 도움도 되지 않을 뿐 아니라, 논쟁도 격화시킬 수 있다(Mishandling the issue is not conducive to strategic stability in the region, and could intensify disputes)”는 시 주석의 언급을 보도했다.
시 주석은 지난 3일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도 “미국은 중국의 안보이익을 존중해야 한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인 바 있다.
다만, 시 주석은 박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북핵 불용’의 원칙을 재확인하는 등 일정 정도 이해의 폭을 넓히는 태도를 보였다. 김 수석은 “시 주석이 한반도 비핵화 실현, 한반도 평화안정 수호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또 중국은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를 계속 완전하고 엄격히 이행해 나갈 것이라고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양국이 상호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전략적 소통과 대화를 강화함으로써, 양국 관계가 ‘구동존이(求同存異)’를 넘어 ‘구동화이’(求同化異)를 지향해 발전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항저우(중국)=오주영 기자 ojy8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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