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각제 먹고도 미검출, 범죄악용 우려도
대전 유성지역 집 안에서 어머니와 이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10대 피의자의 마약 복용을 감식한 결과 성분이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이 피의자의 진술과 정황을 토대로 마약복용으로 법 적용할 예정이지만, 강력한 환각제를 먹고도 검출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를 이용한 범죄가 우려되고 있다.
5일 대전 유성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대전 유성지역 집 안에서 어머니와 이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10대 A군의 소변과 모발을 검사한 결과, 마약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
경찰은 A군이 약물을 복용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사해 왔다.
경찰조사에서 A군의 아버지는 “아들이 평소와 다른 행동을 보여왔다”며 “이달 중순 아들이 친구들과 외박을 하고 돌아와 방에서 나오지 않는 등 이상한 행동을 해 물어보니 친구들이 준 약을 먹었다는 말을 했다”고 진술했다.
A군도 이 같은 아버지의 진술에 대해 “친구들과 약물을 복용했다”고 일부 시인하고 “마약을 복용한 자신을 가족들이 무시하는 것처럼 느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군의 집에서도 약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A군이 복용한 약물에 마약 성분이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 정확한 성분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식을 의뢰한 상태였다.
이날 A군에게서 마약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지만, 경찰은 진술과 정황상 마약 복용으로 인한 살인으로 판단해 법 적용을 진행할 예정이다.
경찰 당국은 미량의 약물을 복용하고 10일 이상 지났거나 일부 마약 성분을 가진 약물이 검출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살인을 저지를 정도의 강력한 환각 약물을 복용하고도 검출되지 않았다는 점이 우려되고 있다.
이 같은 사각지대를 이용한 마약을 복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A군에게서 마약 성분이 검출되지 않아 같이 마약을 복용한 것으로 보이는 A군의 친구들을 쫓긴 어려워 졌다”며 “평소 A군이 일반적으로 행동했기에 마약 복용이 아니라면 동기를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A군은 지난달 21일 오후 4시30분께 대전 유성구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어머니와 이모를 주방에 있던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검거, 구속됐다. 구창민 기자 kcm2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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