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소리] 김영란법을 대하는 언론의 이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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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소리] 김영란법을 대하는 언론의 이중성

  • 승인 2016-08-31 14:29
  • 신문게재 2016-09-01 31면
  • 이기동 대전충남민언련 사무국장이기동 대전충남민언련 사무국장
▲ 이기동 대전충남민언련 사무국장
▲ 이기동 대전충남민언련 사무국장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법'(이하 김영란법), 일명 김영란법이 9월 28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지난 7월 28일 일부에서 제기된 위헌 여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으로 지리 한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헌재 결정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는다. 연일 계속되는 김영란법 시행을 둘러싼 언론보도는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김영란법의 제정 배경에는 근절되지 않는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를 바로잡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법 제정의 단초를 제공한 일명 벤츠여검사 사건은 1년 전 받은 벤츠 승용차가 대가성이 없다며 무죄 판결이 내려지면서 국민의 공분을 샀다. 기존 법으로는 공직자가 금품을 받더라도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영란법은 이 같은 공직사회의 부정청탁 및 금품 등을 수수할 경우 대가성 여부와 상관없이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OECD에서 평가한 한국의 부패인식지수는 34개 회원국 중 체코와 함께 공동 27위에 머물러 있다. 국제투명성기구의 부패지수 역시 한국은 2015년 기준 37위에 머물러 있다. 평가 점수 56점은 간신히 부패국가의 오명을 벗는 정도 수준이다. 최근 연이은 방산비리 및 대우조선사태, 정운호 게이트, 우병우 수석 논란 등은 여전히 한국의 공직사회가 부정청탁과 부정부패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국민의 60% 이상은 이 법의 시행을 찬성하고 있다.

김영란법을 둘러싼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무엇보다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김영란법 시행 논란을 살펴보면 왜 유독 언론의 반발이 계속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그동안 언론이 보도한 김영란법 시행 후폭풍대로라면 우리 경제는 쑥대밭이 되고 만다. 농·축산업이 망하고, 백화점의 매출이 축소되는 등 경제에 악영향을 초래할 것이란 전망이 대세를 이룬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김영란법 시행으로 언론의 자유가 위축될 것이라며 호들갑을 떨고 있다. 대부분의 언론이 여기에 동조하는 것은 아니지만 김영란법 적용 범위에 언론이 포함되면서 민간영역인 언론을 규제하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 법의 시행으로 취재, 보도가 위축될 수 있다는 논리다.

사실 언론은 공직사회를 감시, 비판하는 역할을 해왔다. 감춰진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를 들춰내 고발하고 이를 바로잡는 것이 언론의 주요한 사명이기도 하다. 언론의 공공성을 인정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언론의 기본 속성대로라면 김영란법 시행은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단초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환영하는 것이 맞다. 언론이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포함된 것은 그만큼 언론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공직사회와 맞먹는 공공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른 한편으로는 언론에 대한 국민들의 시각이 공직사회의 부패와 비교할 때 문제가 많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언론은 취재를 이유로 다양한 취재원을 만나 정보를 확인하고 이를 기사화 하지만 이 과정에서 늘 부정청탁, 이권 개입의 경계를 줄타기한다. 언론은 이러한 위험성을 막기 위해 언론윤리강령 등을 통해 취재원으로부터의 향응, 접대, 선물제공, 금품수수를 금지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관행이라는 이유로 일상화된 식사와 술자리 접대가 이어지고 있다. 해외 취재조차 출입처의 돈으로 다녀오기도 한다. 골프 역시 돈 한푼 내지 않고 치러 다닌다. 일반인이 생각하기에는 상상할 수 없는 각종 접대와 돈이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거래되고 있다. 조선일보 송희영 주필 스캔들은 언론이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면 안 되는 이유를 확인시켜 준 셈이다. 김영란법을 대하는 언론의 이중성이 지탄받는 이유다.

이기동 대전충남민언련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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