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2004년 직장을 따라 대전에 정착한 미국인 테드 아담스와 타이스 아담스 부부는 5년 뒤 아이를 갖고서 새 생명을 손꼽아 기다리던 중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출산 예정일보다 두 달 일찍 진통을 느껴 찾은 을지대학교병원에서 "임신중독증으로 산모와 아이 모두 위험할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결국, 타이스는 제왕절개 수술을 받아 2009년 8월 25일에 엘리나를 출산했다. 그러나 엄마 뱃속에서 30주 만에 세상으로 나온 딸의 건강은 좋지 못했다.
몸무게가 1.4㎏에 불과한 미숙아로, 일반적인 신생아보다 1∼2㎏이나 적었다.
스스로 숨쉬기가 버거울 정도였던 엘리나는 곧바로 인큐베이터와 신생아 산소호흡기(벤틸레이터)에 의지해야 했다.
하루하루 고비를 넘긴 엘리나는 두 달 가까운 입원 치료를 끝내고서야 부모 품에 안길 수 있었다.
이듬해 8월 아담스 부부는 딸의 첫 돌을 기념해 을지대병원 신생아실을 찾았다.
"축복 같은 엘리나를 지켜준 병원에서 함께 생일을 보내고 싶었다"는 게 아담스 부부의 뜻이었다.
이때부터 엘리나는 부모와 함께 매년 생일마다 병원을 찾고 있다. 지난 25일에도 초등학생이 된 엘리나가 병원 직원과 반갑게 인사하며 '생일 파티'를 했다.
엘리나는 "병원 오는 날이 내 생일"이라며 즐거워했다고 병원 측은 30일 전했다.
아담스 부부는 "또래 아이보다 키도 크고 언어 습득도 빠른 영특한 아이"라며 "미술 선생님이 꿈인 아이가 행복하게 자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을지대병원 김승연 신생아 집중치료 지역센터장은 "역경의 시간을 견딘 이른둥이가 성장해 여러 재능에 두각을 보이는 사례가 많다"며 "엘리나도 건강하게 잘 자랄 것으로 확신한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병원 측은 엘리나의 동생인 카얀도 2012년 겨울 을지대병원에서 태어났다고 귀띔했다.
아담스 부부는 "우리 가족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준 게 아이"라며 "엘리나가 세상 밖에서 숨 쉴 수 있게 도와준 병원을 매년 찾을 것"이라고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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