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통 바로 옆에 있음에도 바닥에 쓰레기 가득
무단투기는 물론 분리수거도 하지 않아, 벌레까지
코를 막고 검은 봉지를 뜯었다. 봉지 안에는 김치, 라면, 참치 등 음식물 쓰레기로 가득했다. 벌레들도 득실댔다. 악취의 원인이었다. 헛구역질을 참아가며 봉지 내부 내용물을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렸다.
다시 쓰레기를 치우기 위해 몸을 돌리려는 찰나, 발밑에 물컹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또 다른 검은 봉지였다. 깊은 한숨이 절로 나왔다. 작업을 잠시 멈추고 눈을 거리로 돌렸다.
바닥엔 검은 봉지뿐만 아니라 빈 소주병, 유리조각, 전단지, 담배꽁초, 먹다버린 음식, 커피 찌꺼기 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이 순간에도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쓰레기를 버리고 있었다.
이날 서구 환경미화원 A씨와 함께 청소한 타임월드 일대는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쓰레기를 몰래 버리는 무단투기는 만연했고, 재활용품을 분리 배출한 경우도 찾기 힘들었다. 거리 곳곳엔 쓰레기와 함께 버린 사람들의 양심이 내버려져 있었다.
대로변부터 거리 청소가 시작됐다. 도로 가장자리엔 나뭇잎과 전단지, 담배꽁초가 뒤엉켜 있었다. 차가 지나갈 때마다 이리저리 나뒹굴었다.
일부 운전자는 창밖으로 쓰레기를 버렸다. 던진 담배꽁초와 음료수 캔은 바람에 날려 도로 한구석에 버려졌다. 이를 손으로 주워 쓰레기봉투에 담은 뒤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버스정류장에도 쓰레기가 쌓여있었다. 마시다 남은 음료 컵과 병, 남긴 삼각김밥과 컵밥 등이 버려진 채였다. ‘쓰레기통이 없어서 버렸나’하고 생각한 순간 정류장 바로 뒤에 있는 쓰레기통이 눈에 들어왔다.
A씨가 쓰레기통을 열었다. 쓰레기통은 일반쓰레기와 재활용품으로 나눠 버리게끔 구분돼 있었다. 그러나 재활용품과 생활쓰레기가 마구 뒤섞인 상태였다. 재활용품인 종이와 플라스틱, 병, 캔을 분리했다.
쓰레기통을 뒤질 때마다 벌레들이 날아 다녔다. 음식물 쓰레기 때문에 꼬인 벌레들이었다. 불평하는 기자에게 A씨가 한마디 했다. “분리수거를 하든, 안하든 쓰레기통에 버리는 사람들은 그나마 양반이에요”
인근의 한 대형 상가 앞 화단. 이곳은 쓰레기 배출장소가 아님에도 온갖 쓰레기로 가득했다. 쓰레기 종량제 봉투가 아닌 일반봉투에 쓰레기가 담겨 있었다. A씨는 긴 한숨을 내쉰 후 쓰레기 더미로 들어갔다.
이동 중에도 청소는 이어졌다. 버려진 담배꽁초와 전단지를 줍기 위해서였다. 주워도, 주워도 끝이 없었다. 매일 지나가던 거리 바닥이 쓰레기로 가득했다는 사실이 머리를 스쳤다.
옥외주차장 앞은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다. 생활쓰레기와 재활용품, 음식물 쓰레기는 물론, 폐건축자재와 폐가구까지 각종 쓰레기로 넘쳐났다. 이를 일일이 분리하고 쓸고 담는 등 청소하는데 40분 넘게 걸렸다.
허리가 아파왔고 온몸은 땀범벅이었다. 하지만 환경미화원의 한마디에 몸의 힘듬보다 더한 부끄러움이 몰려왔다. “그동안 땅에 뭐가 떨어져 있는지 전혀 몰랐죠?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쓰레기도 버렸지요?”
청소는 오전 6시부터 10시까지 진행됐다. 이날 사용된 100L짜리 쓰레기 종량제 봉투는 33개. 분리한 재활용품과 생활쓰레기는 수도 없이 많았다. 묵묵히 일하던 A씨는 청소가 끝난 후 이렇게 말했다.
“아무 생각 없이 버리는 쓰레기 때문에 많은 돈이 들어가죠. 돈 뿐인가요? 환경도 나빠지죠. 쓰레기 문제는 시민들의 노력 없이는 절대 해결 못해요.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쓰레기는 꼭 분리수거하는 마음을 가져줬으면 좋겠습니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