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간 밤새워 세계 논문 뒤지고 수술적용사례 연구
“불가능한 수술라고 해서 치료를 포기하고 살아왔는데, 이렇게 걸을 수 있도록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건양대학교병원(원장 최원준) 고객만족센터로 감사의 마음이 빼곡히 적힌 엽서 한장이 도착했다. 엽서에는 한 교수가 환자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해 치료에 성공했다는 내용이 구구절절 담겨있다.
사연의 주인공은 충남 부여에 사는 전순자(72) 할머니. 전 할머니는 선천적으로 무릎뼈가 정상위치를 벗어나 옆으로 완전히 탈구된 상태였다. 진단명은 ‘선천성 슬개골(무릎뼈) 탈구’. 이 질환을 인공관절 수술로 치료한 사례는 매우 드물었고 세계적으로 희귀한 사례로 알려져 있다.
전 할머니는 젊어서부터 여러 병원을 다녀보았지만 고칠 수 없는 병이라는 얘기만을 듣고 치료를 포기한 채 살아왔다. 하지만 관절이 불안정해 나이가 들면서 퇴행성 변화가 심하게 진행되면서 극심한 통증과 거동장애까지 일어났다.
수도권 대형병원을 찾아 치료방법을 찾아봤지만 역시 수술은 어렵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전 할머니는 치료를 포기할 지경에 이르렀다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에 지난 7월 건양대병원을 찾았다.
담당 주치의인 정형외과 김광균(43) 교수는 전 할머니의 검사결과를 본 후 깊은 고민에 빠졌다. 선천성 질환은 물론 고령에 퇴행성변화까지 심하게 온 상태에서 무리하게 수술을 감행하다가 자칫 위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김 교수는 할머니의 치료방법을 찾기위해 선천성 슬개골 탈구에 관한 논문을 찾아보았다. 그러나 선천성 슬개골 탈구는 세계적으로도 드물어 관련 논문도 별로 없었고 수술 성공사례도 찾기 어려웠다. 몇 가지 관련보고서를 찾긴했지만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하지만 김 교수는 포기하지 않았다. 여러 논문에서 습득한 내용과 환자의 상태를 고려한 수술법을 찾기 시작했다. 퇴행성변화가 나타난 관절을 절제해 인공관절로 대체하고 탈구된 무릎뼈를 제자리에 위치하는 수술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다행히 지난 8월 17일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전 할머니는 “가는 병원마다 수술이 불가능하다고 해 갈수록 심해지는 고통에 하루하루 속이 타들어갔는데, 환자를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의사에게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동안 수많은 환자를 만나면서 의사는 환자들이 느끼는 고통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는데 이번에도 그런 노력이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편, 김 교수는 지난 2013년 엉덩이뼈 골절상을 당한 100세 할머니에게 인공고관절치환술을 성공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