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리다 칼로, 내 영혼의 일기' 프리다 칼로, 비엠케이(BMK, 2016 |
처음 프리다 칼로를 알게 된 건 2002년에 나온 영화 '프리다'를 보고 나서다. 한 번뿐인 인생을 피할 수 없는 고통과 함께 죽을 때까지 살아가야 한다면 절망하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그녀에 관한 영화를 우연히 접한 후 기회가 되면 그녀의 삶과 예술에 대해 좀 더 깊이 알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는데 올해 우리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다시 만나게 됐다.
'3인의 여성예술가를 그리다!'라는 주제로 격정의 삶을 살았던 여성예술가 3인(프리다 칼로, 천경자, 까미유 클로델)에 대한 강연과 미술관 탐방을 진행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드라마틱한 삶을 살았을 프리다 칼로를 소개한다.
1907년 멕시코에서 태어난 프리다는 18세에 끔찍한 교통사고를 당하고 평생을 이 사고로 인한 고통과 함께 살아가게 된다. 서른두 번의 큰 수술을 받았고, 수차례 임신했으나 매번 유산했다. 그녀와 결혼한 멕시코 대표화가이자 정치적 동지인 디에고 리베라는 그녀 외에 다른 연인을 두었고 심지어 그녀의 여동생과도 사랑에 빠져 프리다에게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안겨 준다.
'프리다 칼로, 내 영혼의 일기'는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프리다의 아픈 삶과 사랑이야기, 예술 세계를 그녀가 쓴 일기장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솔직하면서도 즉흥적인 이야기가 담겨있는 그녀의 일기는 서른일곱이었던 1944년부터 10여 년간 썼던 것으로 그녀의 정신적인 고백이 여과 없이 스케치돼 있으며 교통사고로 받은 육체적 고통과 남편에 대한 사랑, 고독, 존경과 좌절감까지 가감 없이 표현하고 있다.
일기장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직 자기 자신만을 위해 쓰는 만큼 남의 일기장을 들여다보는 일은 조금 생경하기도 하지만 힘든 상황 속에서도 삶과 예술에 대한 열정으로 최선을 다하는 프리다의 모습을 보면서 편하게 살아가고 있는 내 자신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된다.
프리다의 아픈 인생은 자화상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었는데 보기에 다소 불편한 작품들도 있지만 그녀가 처했던 상황과 마음을 알고 보면 작품을 이해하기가 수월하다. 아울러 그녀의 위대한 작품들이 어떻게 탄생할 수 있었는지 그 배경을 짐작할 수 있다. 강렬한 색채와 표현이 눈길을 끌지만 이면에는 고통 속에 외롭고도 쓸쓸했던 한 여자의 마음상태가 보이기도 한다. 진통제 없이는 작품을 그릴 수 없는 상태에까지 도달했어도 그녀는 붓을 놓지 않았다. 어떤 역경에도 굴하지 않았던 프리다. 그녀에게도 죽음은 두려움으로 다가왔던 걸까?
“이 외출이 행복하기를 그리고 다시 돌아오지 않기를…” 프리다의 마지막 일기장에 적혀 있는 말이다. 과연 그녀의 마지막 외출은 행복했을까? 일기장으로 만나 본 그녀의 삶은 참으로 고통스러웠지만 고통의 깊이만큼 그녀는 강인했던 것 같다. 고통 없이는 예술도 걸작의 잉태도 없다는 말이 와닿는다. 그녀의 뛰어난 작품은 고통을 넘어 예술로 남아 우리에게 강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멕시코에서는 프리다의 작품을 국보로 지정할 만큼 아끼고 사랑한다고 한다. 피카소마저 그녀의 작품에서 눈을 뗄 수 없다는 극찬을 했다. 올 여름 이 책을 읽고 기회가 된다면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고 있는 '프리다 칼로 & 디에고 리베라' 전시회까지 본다면 최고의 문화 향유가 아닐까 싶다. 그녀의 삶과 인생, 그리고 예술작품이 적절하게 표현돼 있는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이영희·둔산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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