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새누리당‘호남 + 영남 +충청 연합’차단 포석
▲ 김종필 전 국무총리/사진=연합 DB |
충청맹주 김종필 전 국무총리(JP)를 향한 각 당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같은 충청 출신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여권 대선 잠룡의 ‘군계일학’으로 표현한 JP는 ‘반기문 대망론’ 전도사로 불릴 만큼 ‘친반(반기문) 인사’로 분류되는 형국이다.
지난 5월 제주포럼 참석차 반 총장을 향한 JP의 리액션은 마치 충청 여권이 반 총장을 강력하게 밀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돼왔다.
반 총장도 이에 화답이나 한 듯이, 지난달 외교 행랑을 통해 연말에 임기가 끝나면 찾아뵙겠다는 취지의 서신을 보냈다.
반 총장은 김 전 총리가 김대중 정부(국민의정부) 시절 국무총리(1998~2000년)를 했을 때 오스트리아 대사와 외교통상부 차관으로 국무회의 등 여러 자리에서 만나 인연을 맺어왔다.
일각에선, 김 전 총리가 아직 충청권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느냐에는 적잖은 논란 속에서 충청 정치의 상징성은 일정 정도 가져가고 있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호남맹주’로 꼽히는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도 가만이 있지 않고, 지난 19일 서울 청구동 김 전 총리자택을 찾아 도움을 청했다.
김 전 총리는 박 위원장에게 “안철수 전 대표와 함께 조만간 냉면이나 먹자”고 제안했는데 ‘DJP(김대중-김종필)연합’으로 역사적인 정권교체를 달성했던 두 사람이 ‘호남·충청 연대론’을 내걸고 정권교체에 선봉장에 설지 관심이 쏠렸다.
박 위원장은 국민의정부 문화부 장관을 지낼 당시 총리였던 김 전 총리에게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하며 두 손을 맞잡는 등 깍듯한 예우를 갖췄다.
이후 두 사람은 30여분간 비공개 대화를 이어갔는데 김 전 총리의 처남인 박준홍 자유민주실천연합 총재와 박양수 전 의원이 배석했다.
박 위원장은 “배석하신 분들이 ‘DJP연합 때처럼 뭉쳐서 좋은 정부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지만, 총리는 전혀 말씀을 안하셨다”고 전했다.
이어 “국민의당의 유력 대선 주자가 누구냐고 묻기에 안철수 전 대표와 손학규 전 상임고문, 정운찬 전 국무총리 등으로 외연을 넓히려고 한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대선 출마설이 도는 충청 출신의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얘기도 했느냐’는 질문에 박 위원장은 “전혀, ‘ㅂ’도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야권의 정치 9단으로 불리는 박 위원장의 김 전 총리 예방은 국민의당 세가 불리한 충청 쪽에 대한 JP의 도움을 청하는 한편 김 전 총리가 반 총장에게만 바라 보지 말고 손학규 전 더민주 대표, 정운찬 전 총리, 안철수 전 대표 등 국민의당 잠룡 후보군도 만만치 않음을 보여주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안철수 전 대표는 김 전 총리와 함께 냉면을 먹으며 좋은 말을 듣겠다고 화답해 충청을 중심으로 한 차기 대권 구도가 본격화됐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호남과 충청이 다시 한번 연대하는 시나리오가 쓰여주는 게 아니냐는 말도 돈다.
이는 호남 출신의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체제 이후 친박계를 중심으로 ‘호남 + 영남 + 충청 연합’구도를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도 읽힌다.
서울=오주영기자 ojy8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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