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는 건 그 순간이 소중하기 때문이다. 여행을 떠났을 때 사진을 많이 찍는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일상을 벗어난 지금의 얼굴이 마음에 들어 셀카를 찍고, 집밥과는 다른 요리가 좋아 식사 전에 카메라를 수직으로 세우며, 함께 떠난 친구가 좋아 셔터를 누른다.
'인생 사진'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살면서 한 장 있을까 말까 할 정도로 잘 찍힌 사진을 일컫는 말이다. 일상에서도 찍을 수 있겠지만 장소가 좋으면 금상첨화다. 인생에서 한번쯤 가볼만한 곳에서 한번 뿐인 순간을 담아오는 것. SNS 속 누군가 인생사진을 남겼다는 당진 아미미술관으로 카메라를 들고 떠났다.
서양화가 박기호 작가와 구현숙 설치미술가가 2011년 개관한 아미미술관은 원래 1994년 폐교된 유동초등학교였다. 졸업했던 초등학교를 방문하는 기분으로 현관에 들어서면 나무 복도가 기분 좋은 소리를 낸다. 코흘리개 시절 실내화를 갈아 신고 걷던 그대로다. 복도와 교실마다 걸린 설치미술, 그림, 사진이 입장객을 반긴다. 총 다섯 곳의 전시실에서 상설전시나 기획전이 열리는데, 10월 22일까지 '현대미술 경향읽기展'이 진행된다. 한쪽에는 레지던스 작가들의 작업실이 있다. 관람객의 출입이 통제된 유리창 너머로 붓질하는 모습이 보였다. 초등학교 시절, 선뜻 들어가지 못하고 서성였던 교무실을 닮았다. 복도에 걸린 옛 월중계획 칠판도 반갑다.
아미미술관에서 가장 많은 셔터를 받는 곳은 복도 천장 아래다. 손바느질로 꿰맨 5천장의 헝겊이 주렁주렁 매달려 동화책 속 한 페이지 같다. 미술관의 상징이 된 김혜성 작가의 '영혼의 꽃밭' 아래, 하얀 벽과 창문 너머 담쟁이까지 배경이 되어주니 찍기만 하면 작품이 된다. 반대쪽 복도 천장은 헝겊으로 된 새가 날고 물고기가 넘실거린다. 구름같은 솜으로 채운 하늘, 한 땀 한 땀 바늘로 이었을 바다. 이 아래 선 순간만큼은 누구나 기억하고 싶을만하다.
인구가 줄어 교문을 닫았을 아이들의 꿈자리는 올해 6개월 사이에만 6만명이 놀러오는 예술의 보금자리가 됐고 농림축산식품부의 '가족여행하기 좋은 농촌관광코스 10선'에 선정돼 주목받는 관광지로 떠올랐다. 미술관은 누군가의 사진 속 유동초등학교 시절을 가끔 그리워하겠지만, 그들이 아이들 손잡고 놀러오는 오늘 더 행복해 보였다.
▲Tip!=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성인 5000원, 4세 이상 청소년 3000원의 요금을 받는다. 휴관일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지만 사정에 의해 공지하는 날에 문을 닫을 수도 있다. 사전에 신청하면 관람객에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유료로 웨딩 또는 상업적 촬영도 가능하다.
글·사진=박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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