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서연(유성여고2) |
'질서'라는 의미의 코스모스(COSMOS)는 미국의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통해 '우주'라는 또 다른 대명사를 얻었다. 칼 세이건은 “코스모스는 만물이 깊게 연간돼 있음을 내포한다”를 전제로 미묘하고 복잡한 우주를 바라보는 인간의 경외심을 써내려갔다. 단순한 과학 서적이 아닌 과학을 통해 인류가 나아갈 길을 제시한 인문철학서에 가깝다. 우주탐험이 인류발전과 인간의 본질탐험에 기여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람을 포함한 온 우주는 원소로 구성돼 있는데 이러한 원소는 빅뱅 이후 태어난 별들의 핵융합과정에서 만들어졌다. 인간에 대한 기원 탐험은 곧 우주의 신비를 밝히는 기원의 출발점인 것이고 결국 우주를 찾고 관찰하는 과정은 바로 인간인 나 자신을 찾는 여정과 같은 것이다.
전시는 제1전시실(우주역사와의 사건, 우주 시그널), 제2전시실(우주와 공간, 행성 탐험), 제3전시실(물질로서의 우주), 제4전시실(우주 그 이후)로 나눠진다.
노리미치 히라가와의 '비가역성: 돌이킬 수 없는'은 커다란 화면에 영상으로 무언가가 빅뱅의 폭발 같은 느낌으로 흩어졌다가 다시 생성되는 것이 무한반복되는 영상음향작업으로 빛의 자유로운 움직임이 빅뱅의 잔향을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다. 한호의 '영원한 빛-노아의 방주'는 한지라는 동양적인 소재로 노아의 방주를 형상화하고 아래에 있는 거울을 물로 표현하여 방주를 중간에 뜨게 하면서 무중력상태를 표현한 것 같고 LED의 색이 바뀌면서 거울에 비치는 영상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거울 위에 올라가면 우주의 가운데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헤인즈&힌털딩, 트로이카, 세미컨덕터의 작품에서는 전파나 자기장을 기술적인 실험을 통해 우주시그널을 표현했는데 태양으로부터 방출된 전파폭발이 안테나를 통해 사운드로 변환되거나 전류신호를 소리로 바꿔서 음악처럼 느껴진다.
아담 노튼의 '화성여행'은 설치미술로 우주기지 같은 집안에 화성에서 누운 것을 체험할 수 있는 침대와 창밖으로 화성의 표면이 보여 마치 화성에 초대받아 놀러 온 것 같은 느낌을 체험할 수 있게 했다. NASA의 비주얼전략가로 일했다는 댄굿즈의 '또다른 세계의 일몰'은 안개와 프로젝션을 이용한 설치미술로 목성의 구름 덮인 대기층을 표현했는데 신비롭고 몽환적인 작품이 우주에 서서 일몰을 보는 듯했다. 작품 전체에서 느껴지는 저녁 석양의 축축한 습기와 그 냄새까지 진짜 구름 같은 실감나는 작품이었다.
문경원ㆍ전준호 작가의 '세상저편'은 우주 그 이후라는 소주제의 전시관에 있는 14분가량의 짧은 듀얼스크린영상으로 급격한 기후변화로 말라버린 지구에서 살아남은 생존자에 관한 이야기이다. 두 개의 스크린이 있고 왼쪽에는 이정재가, 오른쪽에는 임수정이 연기한다. 지구의 대재난 속에서도 작업을 지속하는 예술가인 남자와 대재난 후 생존자의 후손으로 미적 가치를 인지해 나가는 신인류를 시공간을 초월해서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로비에는 포케몬 고로 한창 이슈로 떠오른 증강 현실체험도 할 수 있는 공간이 따로 마련돼 있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흥미롭고 체험할 수 있는 작품이 있었는데 설치미술이라 눈으로만 감상하던 것과 다르게 직접 보고 체험하고 느끼고 소리 듣고 냄새 맡으면서 관람객에서 하여금 우주를 온몸으로 느끼게 해주겠다는 예술가들의 의도가 고마웠다.
우주라는 주제에 맞게 전시공간은 어두워 작품이 더 강조됐고 집중하기도 좋았다. 입구에 있는 팸플릿은 두 종류였는데 보통 어른들이 보는 어려운 말로 쓰인 일반적인 작품설명 팸플릿과 아이들이 볼 수 있게 전시작품을 쉽게 풀이해서 쓰인 팸플릿이 인상적이다. 작품자제가 과학적인 이론을 근거로 한 것이 많아서 어른들도 어린이용으로 봐도 이해하기가 더 쉬울 듯했다. 미술관 자체에 도슨트의 설명하는 시간이 있어서 그 시간에 맞춰서 가면 더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듯하다. 더운 여름에 시원한 공간에서 우주여행을 한 기분이라 한동안 들뜬 기분이 이어질 것 같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