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효 을지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
소화불량은 소화성궤양이나 위암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기질성 소화불량과 검사상 특별한 이상 소견을 보이지 않는 기능성 소화불량으로 나뉘는데, 일반적으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소화불량증은 기능성 소화불량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내시경이나 영상 검사 상에서 뚜렷한 원인을 찾을 수 없는 소화불량(식후 팽만감, 조기 만복감, 상복부 통증, 속쓰림 중 적어도 한가지 증상)이 최근 6개월 중 3개월 이상 간헐적이든 연속적이든 지속되는 경우를 기능성 소화불량이라고 한다.
이러한 증상들은 대체로 주기적으로 나타나면서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데 몇 주 동안 증상이 없다가 몇 주에서 몇 개월 동안 증상이 다시 지속되기도 한다. 이 질환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으며, 현재까지는 위 배출 시간 지연, 위 운동 조절 장애, 내장 과감각, 미주신경 이상, 위산 분비의 증가,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세균 감염, 스트레스 등의 심인성 요인이 거론되고 있다.
기능성 소화불량증의 악화를 유발하는 식습관은 주로 과식, 야식, 맵거나 짠 자극적인 음식을 즐겨 먹는 것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특정 음식(예를 들면 밀가루가 많이 포함되어 있거나 기름기가 많은 음식)을 먹게 되면 자주 소화불량을 경험하게 되는데, 개인차가 있는 이런 유발 음식을 피하는 것이 악화를 막는 좋은 방법이 되기도 한다.
'배가 아프다'는 증세는 말은 쉽지만 그 자체로는 무척 광범위한 증세를 총괄하는 말이다. 보통 복통이 있고 소화불량이 있는 경우 위에 문제가 있다 생각하여 임의로 소화제, 제산제 등을 복용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상복부에는 식도, 위, 십이지장, 간, 담도, 췌장 등 여러 소화기관이 모여 있고, 각 장기에 염증이나 궤양, 종양 등이 발생했을 때 대부분 복통이나 소화불량, 속쓰림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증상만 가지고 모든 질환이 감별되는 것은 아니다. 대개 여러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게 되고, 비특이적인 증상들도 있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혈액검사, 위, 대장내시경 검사, 복부 CT나 초음파 검사 등이 필요할 수 있다.
기능성 소화불량증은 특별한 병변 없이 다양한 증상의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치료가 단순하지 않지만, 기본적으로 우선 생활 습관의 변화 및 식이요법을 먼저 시행하면서 약물 치료와 필요에 따라 정신과적인 치료의 병행 등 다각적인 치료방법이 있다.
식이요법은 '어느 음식이 좋고 어느 음식은 해가 된다는 식'이 아니라 환자 개개인마다 자기 몸에 잘 맞는 음식과 섭취하면 불편해지는 음식이 있으므로 일부러 남들이 좋다는 음식을 억지로 섭취하지 말아야 한다. 즉, 자기에게 맞는 음식을 먹고, 맞지 않는 음식은 금하는 것이 좋다. 다만 일반적으로 맵고 자극성이 심한 음식은 좋지 않으며, 특히 지방이 많은 음식은 위배출을 느리게 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술, 담배를 삼가고 커피, 탄산음료 등을 자제해야 한다. 또한 스트레스 등 정신적인 문제도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으므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도 필요하다.
약물요법으로는 증상에 따라 제산제, 위산억제제, 위장관 운동을 증강시키는 약제를 선택해 투여하게 된다. 일부 환자에서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 치료시 증상이 호전되기도 한다.
또한 적당한 수준의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도 증상 호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기능성 소화불량증으로 진단받았더라도 다른 병이 생기지 않는 것은 아니므로 체중이 줄고 혈변을 보거나 빈혈이 생기는 등 경고 징후가 나타날 경우에는 즉시 병원을 찾아 전문의와 상담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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