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 ‘막막’, “가정 이끄는 처지에 매년 시험 기다릴 수도 없고...”
태풍 속 가족 만류 뿌리치며 섬으로 향한 세월이 야속...해경 통제 피해 사선 이용도
섬마을 교육을 위해 20년 이상 사명감을 가지고 일한 일부 교사들이 학교의 폐교로 갈 곳을 잃었다.
지난 5월 31일 문을 닫은 보령 원산도 원의중학교 얘기다.
11일 충남도교육청에 따르면 사립인 원의중학교는 더 이상의 진학생이 없어 지난 5월 결국 폐교했다.
1965년 개교해 최근까지 1864명의 졸업생을 배출하며 섬마을 교육을 위해 봉사정신을 발휘한 원의중학교는 아이들의 육지 전학으로 폐교 직전에는 60∼70대 만학도 3명만 재학했다.
남겨진 건 이들 만학도와 교사들이다.
다행히 6명의 교사 중 4명은 도교육청의 국ㆍ공립 전환 특채에 합격해 발령을 기다리는 상태다. 다만 다음 달 1일 인사 기준 47명의 발령대기자가 남은 상황으로 이들보다 후순위로 밀려 내년 3월 인사에서도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나머지 2명의 교사는 가정까지 이끄는 상황에서 생계가 막막하다. 한 원의중 교사는 “20년 간 섬지역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라는 사명감 하나로 버텼는데, 칭찬은커녕 실업자로 전락했다”며 “도교육청이 채용을 보장해 교편을 잡는 게 유일한 소원”이라고 말했다.
20년을 한결같이 육지 가족과 주말 상봉을 하며 섬마을 교사로 지내기는 쉽지 않았다.
섬마을 아이들은 매일 봐도 내 아이들은 어떻게 자라는 지, 학교에 잘 다니는 지 알 수 없었다. 때로는 배가 끊겨 몇 주 동안 가족 얼굴을 보지 못하기도 했다.
반면 선생님을 기다리는 학생들을 위해서는 태풍이 휘몰아치는 날에도 섬으로 향했다. 바짓가랑이를 붙잡는 아내와 자녀들의 눈물은 뒤로 한 채다. 위험한 날씨에 해경이 출항을 불허하면 일정 돈을 지불하고 개인 배까지 빌려 타고 섬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이들의 유일한 희망인 도교육청은 난감하기만 하다.
제도 상 무조건적인 국ㆍ공립 전환 채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마음으로는 모두 고용 보장을 하고 싶지만, 법적으로 가능한 방법이 서류와 논술, 면접 등의 특채시험을 통과하는 방법밖에 없다”며 “관련 시험은 향후에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예외를 두더라도 이들의 특수상황을 감안, 고용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교육계의 뿌리 깊은 섬마을 교사들의 헌신에 대한 불인정 문화가 걸림돌이다. 한 도교육청 직원은 “국공립의 경우를 볼 때 인사고과 인센티브 등을 감안해 스스로 섬 학교에 지원한 것 아니냐”며 “특별대우는 인정할 수 없다”고 발끈했다.
그러나 제3자의 입장은 다르다.
경찰관이기도 한 한 학부모는 “같은 공직에 있는 처지에서 원칙을 따지는 것은 중요하지만, 섬마을 학교를 다니며 고생한 특수성은 인정해야 한다는 것에 마음이 더 간다”고 말했다.
김지철 도교육감은 지난 6월 20일 삽시도 방문 현장에서 “섬마을 교사들에 대한 현재의 인센티브는 부족해 추가 지원(관사 관리비 등)이 절실하다”는 등의 주장으로 공로를 인정한 바 있다.
원의중은 충남의 마지막 섬마을 중학교였다. 내포=유희성 기자 jdy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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