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지희 음악평론가 백석문화대 교수 |
작년과 가장 크게 달라진 부분은 바로 이야기의 명확성이다. 원작인 셰익스피어 희극 한여름 밤의 꿈이 갖는 난해함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혼란스러움에 있다. 더구나 발레는 연극이나 오페라와 달리 대사나 노래로 직접 설명하지 않는 끝없는 상상의 예술이다. 인간세계와 요정세계가 총체적으로 얽혀 있던 한여름 밤의 꿈은 셰익스피어로 분한 전문 연극배우의 등장으로 자연스럽게 해결됐다. 중요한 장면의 전환점에서 등장한 셰익스피어 해설자는 정확한 발음과 적절한 동작이 곁들여져 자칫 관객들이 길을 잃을 수 있는 부분에서 이야기의 흐름을 끝까지 따라갈 수 있는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
또한 다양한 발레마임과 개그적 요소의 확장으로 서울발레시어터의 한여름 밤의 꿈은 정통 클래식 발레와는 또 다른 발레극으로 자신의 경계를 확장시켰다. 17세기 프랑스 코미디발레를 연상시키는 코믹한 장면들은 연령과 상관없이 즐길 수 있는 가족 오락물로써의 기능에 충실히 부합했으며 동시에 창작발레가 표현할 수 있는 장점을 극대화했다.
단지 일부 장면에서는 코미디의 과장이 지나쳐 극의 흐름에서 벗어나기도 했다. 관객에게 다가갈 수 있는 대중성 측면을 강조하다보니 전체적인 플롯과 발레가 보여줄 수 있는 예술적 완성도 부분에서 아쉬움도 있었다.
그러나 사랑이란 본질적으로 눈이 멀어 벌어지는 마법이자 판타지라는 점을 누구보다도 정확히 꿰뚫고 있던 셰익스피어 희극의 묘미를 그 어떤 장르가 발레보다 더 환상적으로 그릴 수 있겠는가. 멘델스존 한여름 밤의 꿈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요정들과 인간 커플들이 한데 모여 장엄한 음악에 맞춰 결혼하는 장면은 진정 원작을 뛰어넘는 판타지의 극치다.
서울발레시어터의 창작발레 한여름 밤의 꿈은 한여름 밤에 우리가 무엇을 상상하고 꿈꿀 수 있는지 그 무한한 판타지를 성공적으로 보여주었다는 데 가장 큰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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