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지원을 미끼로 교육부의 대학 통제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재정지원사업 선정만을 위해 대학본부가 일방적으로 단시간내에 구조개편을 하는 등의 행정 추진도 이번 사태를 불러왔다는 지적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8일 교육부에 따르면 현재 교육부가 시행 중인 대학 재정지원사업은 ‘산업연계교육 활성화 선도대학 사업(PRIME, 프라임)’을 비롯해 ‘대학 인문역량 강화사업(CORE, 코어)’, ‘평생교육단과대학지원사업’ 등 모두 9개로 지원 금액만 연간 1조5000억원 규모다.
문제는 이 같은 막대한 지원금액에 비해 사업계획 공고에서부터 대학선정까지의 과정이 너무 짧아 졸속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연간 2000억원씩 총 6000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며 단군 이래 최대의 숙원사업으로 꼽혔던 프라임 사업의 경우 지난해 연말 사업 공고 후 지난 5월 선정대학이 발표됐는가 하면, 비슷한 시기에 사업이 공고됐던 코어사업은 3개월만인 지난 3월 선정대학이 발표됐다.
평가 방식으로 이뤄지는 이들 사업 모두 사업 공고 후 2~3개월만에 사업계획서를 작성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애초부터 제대로 된 구성원들의 의견수렴은 이뤄질 수 없었다는 것이 교육계의 의견이다.
대학의 체질을 바꾸기 위해 추진하는 대부분의 사업들이 사업선정을 위해 막판까지 장기 비전보다는 눈치작전으로 이뤄지는 것도 사업 추진 일정이 촉박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여기에 대부분의 재정지원사업이 정원감축을 비롯해 국립대 총장 직선제 폐지 등의 정부 교육 시책 추진을 전제로 하면서 재정을 미끼로 한 대학 길들이기라는 지적이 끊임없이 일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대학 특성화사업(CK)의 재선정평가에 자유학기제 참여 실적이 2점의 가산점 항목으로 포함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따라 교육계는 돈으로 대학을 통제하려는 정부의 재정지원 방식을 전면 되짚어봐야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수연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사립대 같은 경우 특정한 사업에 선정돼야만 재정지원이 이뤄지다 보니 갈수록 경쟁이 격화되고 소모적인 과열양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최근에 발표한 ‘대학재정지원사업 개편 방향 시안’의 경우 구체적인 내용 대신 방향성만 담겨 있어 현재 나타나고 있는 재정 지원 사업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개선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오희룡 기자 huily@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