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8일 대전 서구의 한 전통시장에 손님 발길이 뚝 끊겼다. |
일주일 동안 한 명이 찾는 점포도 있어
연일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전통시장이 지난해 메르스때보다 심한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오가는 손님 없이 텅 빈 시장을 지키는 상인들은 얇아진 지갑과 무더위에 녹초가 되고 있다.
8일 오전 10시 30분 서구 가장동의 전통시장은 온도계가 32도를 가리키며 무더위와의 사투를 시작하고 있었다.
수산물 상인들은 밤낮없는 무더위에 상하지 않도록 생선 위에 얼음을 끼얹기 바빴고 바람개비만이 연방 돌고 있었다.
그늘을 찾아 시장에 들어선 손님들은 골목을 서둘러 빠져나갈 뿐 매대에 올려진 과일이나 채소에 관심을 두지 않은 듯 보였다.
전통시장 골목 곳곳에 문을 열지 않은 상가도 쉽게 눈에 띄면서 평일 오전인데도 휴업한 상가처럼 적막함이 몰려왔다.
한 상인은 “손님들이 무더위에 좀처럼 시장에 나오지 않는다”며 “어차피 낮에 손님이 없어서 차라리 오후 느지막이 문을 여는 점포가 부쩍 생겼다”고 설명했다.
이어 찾아간 중구 유천동의 또 다른 전통시장 역시 점심 식사시간에 가까워졌음에도 오가는 발길은 네댓 명에 불과했다.
상인들은 에어컨이 있어도 사용하지 않은 채 가스불의 뜨거운 열기를 땀으로 받아내며 자리를 지켰다.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김모씨(61)는 “손님이 없어서 에어컨 켜는 게 오히려 사치인 것 같다”며 “가뜩이나 장사도 안 되는데 전기료 낭비하느니 그냥 나 혼자 더위를 참고 말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아케이드도 설치되지 않은 서구 도마동의 전통시장은 더위에 더욱 취약했다.
햇볕을 가리고자 처마를 길게 늘어트려도 바닥에서 올라오는 열기에 시장 전체가 달궈졌고, 평소 7∼8개의 가게가 나란히 문 열었던 곳에 이날은 단 한 곳만이 장사 중이었다.
배재시장에서 33년째 자리를 지켜온 야채상인 김점순(71ㆍ여)씨는 최근 일주일간 시장을 찾은 사람은 10명 남짓이고 본인 가게는 한 명이 들렀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날씨 더워서 힘들고 장사 안 돼서 더 힘들다”며 “작년 메르스때 시장 발길이 끊겼을 때보다 이번 더위가 손님을 더 뺏어간 것 같다”고 토로했다. 김대식 기자 kds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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