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잘 알려져 있는 브라질 남부의 도시 꾸리찌바(Curitiba)가 바로 그 곳으로, 친환경적 측면의 '생태도시'라는 메시지로 전 세계의 크고 작은 도시들에 적지 않은 교훈을 전해준바 있다. 마치 종교적인 교리처럼 전해온 이 생태도시의 교훈을 많은 도시들은 따라가려 하고 있으나 쉽게 흉내 내기 어려운 공동성에 대한 문제로 힘들어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도시들은 도시가 추구하며 해결해야하는 다양한 문제들-교통, 환경, 주거, 경제, 공동체, 도시문화, 지속성유지 등-을 '도시재생'이란 명제로 집중하고 있다.
시민의 행복한 삶과 공공성을 전제하며 진행중인 '도시재생'은 실제의 실행구조는 많은 경우 아쉬움을 남기고 시민이 충족하지 못하는 결과와 시민참여의 부진이라는 교훈도 낳았다. 문제는 공공을 의식한 과제들의 진행과정에서 형식은 갖추었지만 질적 내용이 충실하지 못하고 다양한 이해들이 상충되어 그야말로 처음에 지닌 도시의 꿈을 이루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우리가 목격한 수많은 서구의 도시들은 마치 그림처럼 우리에게 다가오며 부러움 속에서도 먼저 우리의 역사와 간과한 많은 사고들, 그리고 경제적으로 열등했음을 아쉬워하며 서구의 도시들을 동경 한다. 우리가 놓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도시, 그 거대한 집념의 질서인 '도시공동성'에 대해서 진정으로 집중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보다 건강한 도시의 미래를 위해 당면한 현실의 도시재생을 생각하면서 시간, 공간, 인간의 지대한 융합으로 이루어지는 '도시공동성' 입장에서 우리도시의 시선을 유지하는 사고의 지도를 그려본다.
우선 첫째로 근대문화유산을 통한 도시재생은 문화적 차원에서 우리도시의 실생활 밖에 있지 않다고 본다. 이 도시를 중심으로 우리의 생활에 매우 가까이에 있으며 현실의 유적과도 같은 근대문화유산은 지나간 시간의 삶의 궤적을 보여주고 역사의식과 근대의 건축물을 통해 도시의 일상을 기억한다. 더욱이 이들은 지형과 장소 및 경관을 관장하며, 역사자원의 재활을 현실에 투영한다. 도시의 제반공간들을 아우르는 기념성과 이들이 지닌 역사성 은 지역의 아이덴티티와 도시문화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경험적 장소로 일상에 동화되는 장소를 낳는 주요한 분수령이 될 수 있다.
한 예로 잊혀 가고 있지만 가까운 인동시장이 충분히 이슈가 될 수 있는 이유는 그곳이 지닌 소멸의 시간에 묻힌 이 도시의 기억을 깊이 간직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다음은 느림의 도시를 위한 장기적 대안들이다. 너나 할 것 없이 주도하는 '차 없는 거리', '걷고 싶은 거리'들은 서구의 도시들과 꾸리찌바가 용맹스럽게 사람의 도시를 실행한 이후 도시의 이상이 되었다. 차가 우위에 있는 도시구조를 사람과 차가 공존하는 도시로 서구의 많은 도시들이 오래 전 차도를 줄인 것처럼, 우리의 도시도 그 무게를 감당 할 수 있는 대단위의 조정이후 차근차근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자전거를 위한 제반 사업들도 무조건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도시구조가 감당 할 수 있는 한 도시의 건강지수를 높게 할 '느림'을 위한 이 사업들은 지속되고 유지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사람이 주도하는 다양한 '도시재생 형식성'의 개선이다. 주민친화, 특화거리, 주거형식의 개선 등 도시 기반시설의 개선 및 법의 제반 제한에 대해 점진적 개선과 특히 원룸 일색으로 고착되어가려는 현대 도시주거의 형식파괴를 통한 진화모색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끝으로 개별적 사유도 존중되는 '도시공동성'을 실현한 서구의 많은 도시들을 기억하며 모든 기존의 체계와 형식면에서 진화적으로 발전하는 지혜로운 우리도시가 되길 기대한다.
김병윤 대전대 디자인·아트대학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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