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찾아간 대청호 추동ㆍ문의수역. 호수가 진한 초록빛으로 변해버렸다. 옅은 연둣빛을 띄는 수역도 있었지만 대부분 진녹색이었다. 마치 페인트를 칠해 놓은 듯했다.
처음 멀리서 봤을 땐 ‘물이 산에 비쳐서 그런가보다’ 생각했다. 하지만 가까이서 본 물은 확실히 녹색이었다. 녹조 알갱이가 둥둥 떠다녔고, 그 위로 소금쟁이가 미끄러져 다녔다.
금강유역환경청은 지난 3일 오전 10시 대청호 전역에 조류경보 ‘관심’ 단계를 발령했다. 올해 대청호에 내려진 첫 조류경보다.
‘관심’은 남조류 세포 수가 1000 세포/㎖ 이상이 연속 2번 나올 경우 발령된다. 1만 세포/㎖이면 ‘경계’, 100만 세포/㎖이면 ‘대발생’이 내려진다.
지난달 25일과 지난 1일 대청호 회남·추동·문의수역에서 측정한 남조류 세포 수는 연속으로 관심 단계 기준을 넘겼다.
추동·문의수역 남조류 세포 수는 지난 1일 기준 ㎖당 각각 7470개, 7724개로, 관심 단계 기준을 훌쩍 넘긴 상태다.
폭염으로 수온이 상승한 탓이다. 지난달 초 내린 집중강우로 유입된 다량의 영양염류(인·질소)도 원인 중 하나다. 남조류는 영양염류가 풍부하고 수온이 따뜻할 때 급증한다.
이날 둘러본 충청권 식수원인 대청호 추동·문의수역은 녹조로 몸살을 앓는 중이었다.
이날 오후 2시 추동수역은 진한 초록빛으로 변해버린 물 위로 소금쟁이 20여 마리가 보였다. 수풀 사이에는 얇은 녹조 띠가 퍼져 있었다. 연안에 가까워질수록 녹색 빛이 강했다.
취수탑 전방에는 길이 280m의 조류차단막이 길게 설치돼 있었다. 수중폭기장치는 깨끗한 물을 호수로 계속 뿜어댔다. 이 장치는 공중에 물을 뿌려 물을 정화하고, 조류를 감소하는 역할을 한다.
악취는 코끝을 찔렀다. 주민들의 얼굴엔 근심이 가득했다. 주민 강모(45)씨는 “날씨가 더워지면서 물은 녹색으로 변하고, 악취도 슬슬 나기 시작해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대청호 하류로 갈수록 녹조가 심했다. 올해 녹조는 하류에서 먼저 나타났다. 내린 비 때문에 영양염류나 쓰레기가 하류로 내려가 남조류가 급증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서다.
대청댐 근처도 온통 진녹색빛이었고, 문의수역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호수 한가운데 설치된 수중폭기장치가 쉴 새 없이 물을 뿜어내고 있었지만 주변은 온통 녹색 빛이었다.
선착장에서 물에 손을 넣어 휘저어봤다. 얽힌 조류 덩어리가 손에 잡혔다. 악취는 추동수역보다 더 심했다. 비릿한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이달 말까지 폭염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돼 금강유역환경청과 대전시 등 관계기관은 초비상이다.
수중폭기시설을 가동하고 취·정수장에 분말활성탄을 투입하는 등 조류 증식을 막고 안전한 물 공급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전시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대청호 녹조에 대한 조류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원수에서부터 가정의 수도꼭지까지 수질검사 주기도 확대 시행하는 등 철저한 검사로 안전한 수돗물 생산과 공급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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