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기획ㆍ준비한 ‘미완성 연인들’ 출간
▲ 4일 대전 중구 선화동의 한 카페에서 박진성 시인(왼쪽)과 강혁 작가 |
불혹을 앞둔 두 예술가는 32년 전부터 친구였다. 서로 다른 생김새와 취향을 가졌고 성격도 많이 다르지만 자세히 보면 둘은 공통점도 있다. 부끄러울 건 없지만 그렇다고 자랑할 거리도 아닌 개인사와 자라온 고향에서 예술가의 삶을 살고 있는 것, 자신만의 세계를 충분히 구축하고 있다는 것 등이 그렇다.
그림 그리는 강혁(37) 작가와 시 쓰는 박진성(38)시인의 이야기다. 둘은 지난해 한 권의 책을 만들기로 정하고 1년여간의 작업 끝에 ‘미완성 연인들’이란 이름의 그림 에세이집을 세상에 내놓았다.
지난 4일 오후 9시가 지난 시각 중구 선화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두 작가는 경남 통영에 사는 지인으로부터 온 메시지를 놓고 이야기 중이었다. 그림과 글이 반반인 이 책이 그동안의 여타 ‘그림이 수록된’ 책과 다른 점은 원작 크기와 동일한 작품이 원재료인 만년필의 질감을 최대한 살려 담겼다는 데 있다. 책을 한 장 한 장 찢어서 액자에 넣으면 그대로 작품이 된다. 이날 통영의 지인에게 온 메시지에도 이 지역 한 카페에 걸린 작품의 사진이 담겨 있었다.
▲ 통영에 위치한 카페 '브라운하우스'에 걸려 있는 '미완성 연인들'의 페이지들 |
‘미완성 연인들’은 두 작가의 ‘사랑’에 대한 생각이 글과 그림으로 표현된 책이다. 먼저 그려진 그림을 보며 박 시인이 글을 쓰고 반대로 글을 보고 강 작가가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강 작가는 “주고받는 것처럼 작업을 하면서 외로움과 고독, 슬픔, 이런 것들을 서로 보듬어 준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둘은 이 책이 ‘한 권의 미술관’이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박 시인은 “가지고 다니면서 볼 수 있는 ‘이동 미술관’을 한 장 찢어서 선물할 수도 있고 벽에 걸어놓을 수도 있는 게 이 책이 가진 강점”이라 설명했다.
책의 제목인 ‘미완성 연인들’에 대해서는 두 작가가 서로 다른 해석을 붙인다. 사랑에 회의적인 박 시인은 모든 연인과 사랑은 미완성일 거라 생각했고,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 강 작가는 채워지지 않은 것이 언젠가 가득찰 거란 희망을 갖는다.
두 예술가는 앞으로도 함께하는 작업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했다. 두 번째 책에 앞서 당장 다음달에는 책을 만드는 과정을 부분적으로 보여주는 ‘책의 탄생전’(가제)을 기획하고 있다. 출판기념회를 겸해 준비할 예정이다.
박 시인은 끝으로 “지금 사랑하고 있는 사람, 사랑이 끝난 사람, 사랑을 기다리는 사람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일 것”이라며 “이 책에 실린 모든 페이지가 시는 아니지만 ‘시처럼’ 읽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임효인 기자 hyoyo@
▲ 미완성 연인들 표지 |
▲ 강혁, 적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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