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거장 문 밖으로 나서서 눈을 바삭바삭 밟으며 큰 길거리로 나가니까 칠 년 전에 일본으로 달아날 제 오정 때 대전에 내려서 점심을 사 먹던 집이 어디인지 방면도 알 수 없이 시가가 변하였다. 길 맞은편으로 쭉 늘어선 것은 빈지를 들였으나 모두가 신축한 일본 사람 상점이다. 우동을 파는 구루마가 쩔렁쩔렁 흔드는 요령 소리만이 괴괴한 거리에 처량하다. 열네 다섯쯤에 말도 모르고 단신 일본으로 공부 간다는 데에 호기심이 있었던지 친절히 대접을 해 주던 그 때의 그 주막집 주인 내외가 그립다. 염상섭 ‘만세전’(1948) 중
문학 속 담긴 지난날 ‘대전’의 이야기를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대전문학관(관장 강태근)은 오는 10일부터 기획전시 ‘문학 작품 속 대전’을 개최한다.
전시에서는 ‘대전’이란 공간을 소재로 창작된 문학작품 30여편을 소개한다. 송시열, 김호연재, 조익 등 조신시대 문인부터 염상섭, 이인직, 한성기, 정훈, 박용래, 최원규, 홍희표 등 근ㆍ현대 문학 작품을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다.
장태산과 구봉산ㆍ계족산ㆍ보문산ㆍ식장산 등 주요 산을 비롯해 조선시대 역사를 간직한 동춘당ㆍ쌍청당ㆍ남간정사, 근현대사 속 대전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원도심 등 곳곳의 모습과 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
작품 속 대전은 소재나 배경의 상징적 의미뿐 아니라 과거 대전을 지켜본 문인들의 추억까지 담고 있다.
송시열의 ‘송자대전’에는 과거 송촌동 주변의 모습을 짐작케 하는 문장이 담겨 있고 대전을 둘러싸고 있는 산은 작품 속에 쓸쓸한 정서를 드러낸다. 대전 원도심과 그 주변을 흐르는 하천은 근대시대를 회상하게 하는 매개이자 그 주변인의 일상을 전달한다.
강태근 대전문학관장은 “대전은 500여년이 넘는 역사를 지니고 있지만 오늘날의 도시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것은 1904년 경부선이 개통되고 다음해 대전역에 세워지기 시작하면서부터”라며 “대전이란 공간이 지닌 역사적인 면모와 이곳에서 살아온 다양한 사람들의 일상적인 풍경들을 만날 수 있는 소중한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10일 오후 2시 개막식과 함께 시작하며 오는 11월 13일까지 진행된다. 임효인 기자 hyo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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