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뉴얼 잘 지켜지지 않고 감리·감독 부처 달라
어린이 통학차량 2122대에 대한 통합 관리 시스템 구축의 목소리 높아져
최근 유치원생이 통학버스에 8시간이나 홀로 남겨져 의식을 잃은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대전에서도 통학차량 운행매뉴얼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운전자와 동승자가 매뉴얼을 잘 지키지 않는데다 통학차량마다 관리·감독부처가 제각각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안전 통합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일 학교안전공제중앙회에 따르면 대전에는 어린이 통학차량 2122대가 운행 중이다. 이 중 어린이집이 1240대로 가장 많고 유치원(180대), 학원(419대), 체육시설(266대), 학교(17대) 순이다.
어린이 통합차량은 지난해 1월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신고가 의무화됐다. 또한 노란색 통학버스에 안전 발판과 어린이용 안전벨트를 설치하는 등 안전규정에 맞게 차량을 구조 변경해 관할 경찰서에 신고해야만 한다.
정부는 어린이통학버스 안전 메뉴얼을 만들어 배포했다.
버스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지침으로 운전자와 보호동승자가 지켜야할 안전 수칙 등도 포함돼 있다.
해당 메뉴얼 안전수칙에는 보호동승자가 있을 때와 없을 때로 나눠 세밀하게 적혀 있다.
한 명씩 안전하게 하차시켜 보호자에게 인계하며 직접 하차해 어린이 승하차를 도와주고 안전띠를 확인토록 하는 내용 등등이 포함돼 있다.
이런 세밀한 안전 메뉴얼과 달리 실제 현장에선 메뉴얼상 지침들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시민 송모씨(34)는 “안전띠를 확인하지 않은 채 운행하거나 아이가 혼자 내리는 것도 종종 본다”며 “번거롭더라도 안전 메뉴얼을 지켜야 하는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각 통학차량의 관리 부처가 다르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신고된 통학차량 가운데 유치원, 학교, 학원은 교육청에서 안전교육 등을 관리·감독하며 어린이집과 체육시설은 시ㆍ군ㆍ구에서 해당 업무를 처리한다. 관리·감독 외 규정을 어긴 차량에 대한 단속 업무는 경찰이 맡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최근 광주시에서 어린이 통학차량에 대한 사고가 발생하자 광역시 자체적인 통합안전 시스템 구축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이원화된 현 관리체계는 현장에서 매뉴얼 상 지침들이 잘 지켜지고 있는 지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시민 권모씨(32)는 “안전 불감증이 이어져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시에서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교육청은 해당 업무가 방대하기 때문에 한 부처에서 도맡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중앙 정부에서 관계 부처들을 모아 법령 개정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안전메뉴얼 숙지 교육과 홍보 켐페인을 집중적으로 실시하고 어린이 통학차량 의무 위반으로 인한 사고 발생때 운영기관을 폐쇄하거나 정지하는 등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창민 기자 kcm2625@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