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수순을 밟고 있는 대전 동구의 A요양병원 로비는 1일에 이어 2일에도 병원의 행태에 항의하는 보호자들의 고성이 오가는 등 혼란이 이어졌다.
한꺼번에 160여명에 이르는 환자들을 인근 병원으로 이송하면서 병원 입구는 이송차량 등으로 뒤엉켜 장사진을 이뤘고, 아직 이송 결정이 미뤄진 20~30여명의 환자들은 간병인도 없이 최소한의 간호인력에 의지해 병원생활을 하고 있는 형편이다.
환자들의 전원이나 퇴원이 결정될때는 주치의의 진단서와 소견서 등을 받아 퇴원 처리 절차를 밟아야 하고, 보호자에게 이전 병원을 알아볼 수 있도록 시간을 두고 협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A요양병원은 이같은 절차를 모두 무시했다. 이미 환자들이 타병원으로 옮겼지만 퇴원처리가 마무리되지 않았고 보호자들은 자신의 부모가 어느 병원에 옮겨졌는지 조차도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 이송 환자들에 대한 간호기록지와 의무기록지 등에 대해서도 보호자나 환자의 동의 없이 이전 병원으로 옮겨가는 일부 간호사들이 임의로 가져간 것으로 전해졌다.
의료법 22조에 따르면 의식이 없거나 응급환자인 경우를 제외하고 의무기록지를 이송하려면 환자나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그러한 절차가 전혀이뤄지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A요양병원 한 직원은 “우리병원에서 인근 병원으로 70여명의 환자들이 옮겨 가면서 간호인력도 10여명이 함께 그쪽 병원으로 빠져나간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간호인력들이 환자 의무 기록지를 빼간것으로 알고 있고, 간호부장들이 의무기록지를 복사해 빼가려는 것을 빼앗아 제지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이송된 환자들의 상당수는 인근 요양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갑작스런 환자 후송에 따른 보호자들 항의에 대응하느라 이쪽 병원 역시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현행 의료법에는 환자들에게 일방적으로 피해가 돌아갈 수 있는 ‘막무가내 폐업’을 막을 수 있는 규정이나 제재 조치가 없다. 환자나 보호자에게 사전 고지를 할 의무도 없고, 병원이 폐업 전에 환자들을 전원조치를 하지 않고 병원 문을 닫고 사라졌을 때 불이익을 줄 수 있는 규정 조차도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막무가내 형태이더라도 환자들을 전원조치 하는 A요양병원에 대해서 지자체와 보건당국은 환자를 전원하고 폐업 수순을 밟는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는 입장이다. 조치 없이 병원이 문을 닫을 경우 남아있는 환자처리를 고스란히 지자체가 떠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무엇보다 환자들의 안전한 이송이 문제였기 때문에 어제부터 보건소 직원들이 상주하며 현장에서 환자 이송을 지켜보고 행정지도를 했다”며 “나머지 환자들도 있는 동안 방치 되지 않고 안전하게 이송할 수 있도록 행정감시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