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무장 병원 척결에 칼을 빼들면서 경찰수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역의 한 수사대상 병원에 또 다른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간병사나 의료진도 없이 환자들이 방치되는가 하면, 하루 아침에 밀린 급여를 청산하지 못한 채 직장을 잃는 등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동구의 A요양병원은 최근 경찰조사를 받은데 이어 1일 폐업을 결정키로 하고 160여명의 환자들 가운데 120여명을 인근의 요양병원으로 후송하는 등 폐업 절차에 돌입했다. 인근 요양병원들은 환자를 이송하기 위한 차량을 대기하고 환자들을 옮기기에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이미 이날 오전부터 간병인 파견업체들은 간병인들을 전원 철수시켰다. 의사도 휴가처리와 사표서 등을 제출하고 2명만 남은 상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병원측이 직원들에게 병원 폐업결정 등에 대해 논의하거나 통보하지 않으면서 간호부서와 직원들의 큰 반발이 이어졌다. 현재 병원에는 40여명의 환자들이 이송이 결정되지 않아 남아있는 상태다.
정작 환자를 돌봐야 할 의료진들은 2달여간 급여가 밀린 상태이고, 폐업이 결정된 이상 더 이상의 근무를 꺼리고 있어 환자들이 의료진도 없이 방치될 공산이 커졌다.
이날 병원측은 대책회의를 하고 의료진을 모아 감정에 호소했지만 ‘그동안 한마디 상의도 없이 통보식의 결정 방식에 문제가 있다’며 크게 반발했다.
간호부의 B직원은 “폐업을 하겠다고 결정을 했으면 환자부터 안전하게 이송하는 방안을 직원들과 상의하고 결정하는 절차를 밟아야 하지만 당일 통보하고 직원들에게 도와달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그동안 병원 이사장과 병원장의 행태가 신뢰를 잃기에 충분하다. 환자를 외면할 수 없어 급여를 받지 못해도 나와서 일했는데 후회되고 화가 난다”고 말했다.
A요양병원은 건강보험공단의 수사를 받으면서 청구금액을 받지 못했고 이에 따른 대금지급 등이 미뤄지면서 관련 업체들이 압류를 거는 등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어 왔다.
대전시 관계자는 “아직까지 보건소 측에 폐업신고를 하지 않았으나 의료법상 현재 수사가 진행중인 병원에 대해서는 폐업을 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보건소와 협의해서 수사결과가 마무리 되고 결론이 날 때까지 폐업을 받지 않기로 했다”며 “환자가 우선인만큼 환자 후송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병원 관계자는 “압류, 수사 등이 이어지면서 악순환이 이어져서 어쩔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다”며 “환자들은 큰 피해가 없도록 마지막 한명의 환자들이 후송될 때까지 최선을 다해 돌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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