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 부족으로 텅텅 비거나, 회원제 운영으로 비회원 노인 눈치
무더위를 피하기 위해 지정된‘무더위 쉼터’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무더위 쉼터의 위치나 이용방법 등에 대한 홍보 부족으로 이용객이 극소수에 불과해서다. 일부 경로당은 회원제로 운영돼 일반 주민들은 마음 놓고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대전에는 무더위 쉼터 806곳이 지정·운영되고 있다. 접근성이 좋은 아파트 경로당이 대부분이며 복지관이나 주민센터, 마을회관, 지하철역 등도 무더위센터로 운영 중이다.
이곳은 폭염에 취약한 노인을 비롯한 시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기자가 지난 27일부터 31일까지 둘러본 무더위 쉼터는 그 이름이 무색한 곳이 많았다.
지난 31일 낮 12시 30분 중구 한 아파트 경로당. 현관에 ‘무더위쉼터’라는 노란 팻말이 붙여져 있었다.
스마트폰으로 기온을 확인했다. ‘33.1도’. 이날 오전 11시 대전 전역에 폭염경보가 발령된 만큼 날씨는 무덥다 못해 푹푹 쪘다. 5분도 안 돼 이마에 맺힌 땀이 주르륵 흐를 정도였다. 내부로 들어갔지만 바깥과 별 차이가 없었다. 뜨거운 공기가 여전히 느껴졌다. 에어컨과 선풍기 2대가 있었지만 작동하지 않고 있었다. 거실은 물론 각 방에도 사람은 없었다.
경로당 주변을 돌아봤다. 가까운 아파트 입구에 놓인 의자에 임모(72) 할머니가 앉아 있었다. 그는 경로당이 무더위 쉼터인 줄 모르고 있었다.
임 할머니는 “그냥 우리 동네 경로당인줄로만 알고 있었 지, 노인네들 더위 피할 수 있게 무더위쉼터로 운영 중인 것은 정말 몰랐다”며 어리둥절해 했다.
15분 거리 다른 아파트 경로당. 8평 남짓 작은 방에 진모(65) 할머니 혼자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선풍기가 틀어져 있었지만 폭염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진 할머니는 에어컨을 일부러 틀지 않았단다. 오래된 에어컨이 혹시나 건강에 지장을 줄까 염려되기 때문이다.
진 할머니는 “호흡기가 좋지 않은데 오래된 에어컨 바람을 쐬는 것보단 선풍기가 나을 거 같아서 이러고 있다”며 “가끔 에어컨과 선풍기 작동을 놓고 사람들 간에 다툼이 있기도 한다”고 말했다.
서구 한 아파트 경로당은 시원했다. 에어컨과 선풍기 2대가 쉴 새 없이 작동 중이었고, 어르신 8명이 더위를 피하고 있었다. 더위를 잊은 채 장기를 두거나 텔레비전을 보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중이었다.
반면 경로당 근처 평상에선 어르신 3명이 바람 한 점 없는 폭염과 씨름 중이었다. 부채질을 해보지만 팔만 아플 뿐이었다. 이들은 경로당 회원이 아니다보니 무더위 쉼터에 가는 게 눈치가 보인다고 했다.
김모(70) 할아버지는 “경로당을 이용하는 사람들마다 일정 금액을 회비로 걷어서 회원제로 운영하고 있는데 나같이 회원이 아닌 사람들이 경로당에 가면 시선이 따가워 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 비어있거나 1~2명만 이용하는 경로당이 많았고, 휴일엔 문을 열지 않는 경로당도 있었다. 또 회원제로 운영되는 곳이 많아 주민 누구나 쉽게 이용하기엔 어려워 보였다.
대전시 관계자는 “폭염을 대비해 무더위 쉼터를 지정해 관리하고 있지만 경로당 운영과 관련해선 해당 경로당을 이용하시는 분들의 문제인 것 같다”며 “좀 더 많은 분들이 무더위 쉼터를 알 수 있도록 홍보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1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