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동구(구청장 한현택)의 낮은 재정자립도에 문화예술 분야가 위축되고 있다. 보조금을 지원하는 매칭사업에 선정돼도 자체 예산이 없어 사업을 포기하는 경우가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대전시와 동구에 따르면 2014년 동구가 문화재청 공모사업인 ‘생생문화재’에 선정돼 2015년 사업비를 받았으나 자치구 예산 편성이 안돼 사업을 진행하지 못했다.
동구는 등록문화재 제168호인 ‘소제동 철도청대전지역사무소 재무과보급창고’를 활용해 근대 유산을 알리고 문화소외지역ㆍ계층 간 소통을 위한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국비 40%(1400만원)에 시와 자치구 각각 30%(1050만원)씩 예산을 부담하는 사업에 선정됐지만 정작 자치구 예산 편성 과정에서 누락됐다. 사업은 진행하지 않았다. 시는 100% 불용된 국비를 반납할 절차를 밟고 있다.
동구는 예산을 이유로 대전 대표로 나가는 한국민속예술축제에 참가하지 않기도 했다. 지역 다섯 개 자치구 문화원이 주축이 돼 돌아가면서 참가하는 축제에, 지난해 동구는 차례임에도 불구, 참가를 포기했다. 시에서 보조금 4400만원을 지원해줬지만 자체적으로 편성해야 하는 4400만원을 마련하지 못한 것이다.
이같은 동구의 행정에 지역 문화예술계는 우려의 시각을 표하고 있다. 일각에선 의지의 문제를 거론하기도 한다.
길공섭 동구문화원장은 “지난해 축제 참가를 포기하면서 속상한 마음과 동구 구민에게 미안한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며 “주춧돌이 될 만한 쌈짓돈이 없어서 축제에 참가하지 못하는 것은 ‘문화예술 빈익빈 부익부’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구는 자치구 중 가장 문화예술 혜택을 못 받는 곳이어서 고민이 많다”고 덧붙였다.
문화예술계 한 인사는 “동구청의 재정 상황이 어렵다고는 하지만 1000만원이 없어서 공모 사업을 포기하는 것은 전국적으로 부끄러운 일”이라며 “정작 중요한 건 의지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임효인 기자 hyoyo@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