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의 합헌 결정으로 9월 28일부터 본격 시행되면 우리 사회에 많은 변화가 불가피하다. 그만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 밖에 없다.
김영란법에 따르면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을 초과하면 처벌 대상이 된다. 직무와 관련이 있든 없든, 동일인에게 1회 100만원 이상의 금품 등을 받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것만 지킨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관행처럼 여겨졌던 행동을 하다 한 순간 범법자가 돼 수렁에 빠질 수도 있다. 김영란법이 부정청탁·금품수수 행위에 대해 광범위한 처벌 규정을 담고 있어서다.
이 법의 적용 대상은 공직자, 학교·언론 관계자 등이며 이들에게 부정청탁을 하거나 수수금지 금품 등을 제공한 민간인도 포함된다. 대상기관은 3만9965개(올해 2월 기준)다. 국민 다수가 대상이 될 수 있는 파급력이 큰 법률이다.
김영란법은 ‘누구든지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해 직무를 수행하는 공직자 등에게 15개 항목에 해당하는 부정청탁을 해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해 놓았다.
최근 국민권익위원회가 공개한 ‘김영란법 해설서’에 나온 구체적인 사례들을 통해 사회에 미칠 영향을 살펴본다.
-국립대병원에 입원하려 했으나 접수순서가 너무 밀려 병원 원무과장의 친구를 통해 그에게 부탁, 먼저 입원했다면.
▲국립대병원은 공공기관으로 김영란법 적용 대상이다. 이는 정상적 거래 관행을 벗어나 특혜를 부여한 부정청탁이다. 3자를 통해 부정청탁을 한 대기자와 대기자를 위해 부정청탁을 한 친구는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원무과장은 형사처벌(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 대상이 된다.
-고등학교 교사인 아버지가 동료 교사에게 자녀의 시험점수를 올려달라고 부탁해 올려줬다면.
▲ 학교 성적 관련된 직무는 김영란법상 부정청탁 대상 직무에 들어간다. 아버지는 과태료 부과 대상이며, 부정청탁을 받아준 동료 교사는 형사처벌을 받는다. 자녀의 경우 부정 청탁한 사실이 없으므로 제재 대상이 아니다.
-건설사 직원이 건축법령을 위반하면서 건축허가를 내줄 것을 담당 공무원에게 청탁하면.
▲ 건설사 직원은 제3자를 위해 부정청탁을 해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법인인 건설사도 과태료 부과 대상이지만 직원의 법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주의·감독을 상당히 했다면 면책된다.
-아버지가 아들이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할 수 있게끔 병무청 간부를 통해 병역판정검사장 군의관에게 보충역 판정을 받을 수 있도록 청탁했다면.
▲신체등위 판정기준을 위반해 보충역으로 신체등위를 받을 수 있도록 청탁한 것은 부정청탁에 해당한다. 아버지는 과태료 2000만원 이하, 병무청 간부는 3000만원 이하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아들은 청탁사실을 몰랐다면 제재대상이 아니다. 군의관이 청탁을 들어줬다면 2년 이하 징역, 2000만원 이하 벌금을 내야 한다.
-구청장이 부하 공무원 부탁을 받고 인사담당자에게 평가 성적을 올리라고 하면.
▲부정청탁에 해당한다. 채용, 승진 등 공직자 인사에 개입하거나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구청장은 형사처벌 대상이지만 인사담당자가 거절 의사를 명확히 했다면 처벌받지 않는다. 만약 구청장 지시를 따를 경우 징계 대상이다.
-초등학교 원어민 교사가 교장에게 50만원짜리 양주를 주고 계약 연장을 부탁하면.
▲교장과 외국인 교사 모두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김영란법은 속지·속인주의가 모두 적용된다. 만약 한국 공무원들이 해외에서 외국인으로부터 부정청탁을 받아도 처벌받는다.
-지자체 지적과에서 근무한 공무원이 기존 직무와 무관한 부처로 전출가면서 평소 알고 지내던 감정평가사로부터 150만원 짜리 시계를 받았다면.
▲공무원은 감정평가사로부터 1회 100만원을 초과하는 손목시계를 선물로 받았으므로 형사처벌 대상(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이다. 감정평가사도 1회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제공해 마찬가지 처벌을 받는다. 김영란법은 이 경우를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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