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간지 3분만에 다른 병원으로 이동, 이를 방조한 의사들 함께 입건
경찰 “시스템 허점 노린 범행, 개선하겠다” 밝혀
보험금을 타 낼 목적으로 하루에 대전지역 여러 병원을 순회하며 보험금을 가로채 온 보험사기꾼과 이를 도운 의사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대전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8일 전 보험설계사 김모(여·48)씨 등 14명을 아프지 않은데도 허위 진료 확인서로 보험금을 받아 챙긴 혐의(상습 사기)로 불구속 입건했다.
피의자들에게 보험금 청구가 쉽도록 진료확인서를 발급한 의사 강모(43)씨 등 15명도 사기방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 보험사기단은 지난 2006년 7월부터 2015년 9월까지 대전 시내 84개 병ㆍ의원을 하루 3∼7개씩 순회하며 마치 진료를 받은 것처럼 조작해 모두 22억 원 상당의 보험금을 가로챈 혐의다.
이들은 전직 보험설계사와 지인들로 구성돼 진료확인서의 병명만 다르면 하루에 여러 곳의 병원을 가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에 적발되지 않는 점을 노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일당은 무지외반증, 무릎관절염, 연골연화증 등으로 통원치료를 받을 때마다 4∼5만 원의 통원치료비가 지급되는 ‘질병의료보장’ 특약보험에 가입했다.
한의원, 내과, 정형외과 등 하루 동안 3곳에서 최대 7곳까지 방문해 각각 다른 병명으로 진료확인서를 받았다.
보험심사에 적발되지 않기 위해 날짜와 병원, 병명을 바꾸는 일명 ‘병명 쪼개기’ 방법을 이용했다.
수사 과정에서 일당 중 1명은 병원에 들어갔다가 3분 만에 다른 병원으로 이동, 1시간 20분 동안 병원 5곳을 옮겨 다니기도 했다.
특히 김씨는 이런 수법을 이용해 9년간 6700번 병원을 방문해 3억 6000여만 원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이들 일당을 도운 의사들도 함께 입건했다. 보험금 편취 목적임을 알고도 허위로 진료확인서를 발급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전 보험설계사 일당 뿐만 아니라 가족 보험사기단도 적발됐다.
경찰은 자녀와 동반으로 입원해 보험금을 타낸 혐의(사기)로 정모(여·60)씨 등 5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정씨 등 5명은 평소 알고 있던 의사 남모(51)씨를 찾아가 상세불명의 천식 진단으로 지난 2009년 7월부터 2014년 5월까지 허위 입원해 14억 원을 빼돌린 혐의다.
의사인 남씨는 피의자들이 입원이 필요 없는데도 면역력 치료를 이유로 장기 또는 동반 입원토록 해 피의자의 보험금 편취를 도와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하루에 여러 곳의 병원을 돌며 보험금을 타는 방식의 사기는 전국 최초다.
경찰은 앞으로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개선해 나갈 방침이다.
강부희 지능범죄수사대장은 “보험시스템 상의 문제가 발견됨에 따라 금융감독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유기적인 협조체제를 구축해 의료관련 보험사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구창민 기자 kcm2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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