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사 냄새 미안하지만, 대대로 살아온 우리 터전인데” 하소연
아파트 숲에 용봉산 조망권 뺐기고, 신도시 집단에너지시설 위해 친환경 농작물 걱정할 판
▲ 논과 밭, 축사가 있는 초록빛의 홍성군 홍북면(예산군 삽교읍) 농촌 마을과 이를 일부 개발해 아파트 숲이 돼버린 흙빛의 내포신도시, 멀리 용봉산이 한 눈에 보인다.
원주민들은 용봉산 조망권 실종과 신도시 냉난방을 위한 집단에너지 연료로 인한 환경오염 우려, 축사 냄새로 인한 눈치 등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내포신도시 출범 5년이 지난 시점, 이제는 원주민들이 변화 요구를 감내하는 처지다./충남도 제공. |
이주민들의 역습이 시작됐다. 내포신도시에서 설 곳을 잃은 원주민들 얘기다.
요란하게 땅을 파재키더니 용봉산 앞 우리 동네는 통째로 사라졌다. 남은 주민들은 어디서나 지켜보던 용봉산을 이제는 볼 수 없다.
도청 산하기관장들을 비롯한 전문가들에게 끊임없이 지적받아온 내포신도시의 삭막한 아파트 숲이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용봉산 조망권은 일부 아파트 로얄층 사람들에게만 허용된다.
자신들의 집단 냉ㆍ난방을 위해 우리 농ㆍ축산물은 포기해야 할 처지다. 축사 냄새가 심하다는 구박에 고개를 들지도 못하겠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뭔가 억울하다. 여긴 우리가 수십, 수백 년을 지켜온 우리 동네다. 이제는 내포신도시로 불리는 홍성군 혹북면 일대는 원래 논과 밭, 축사들이 있던 시골 동네였다. 산비탈을 타고 내려오면 앞에는 농장들과 푸른 들판, 뛰어노는 말도 있었다.
홍성 사람들이 과거 덕산온천을 갈 때 경치를 구경하며 힐링하는 그런 동네였다. 마을 사람들은 저녁이면 나무그늘 밑 평상에 모여 막걸리 한 사발 하면 그만이었다.
대대로 고향을 지켜온 30대 청년 김씨는 참기만 하는 동네 어르신들을 대표해 한 마디 했다.
그는 “우린 대대로 이곳에 살았고, 용봉산도 보였으며 축사 냄새도 시골이면 원래 나는 것으로 알고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며 “그런데 갑자기 도청이 오더니 아파트만 솟아나고 용봉산은 잘 보이지도 않는 데다 슬그머니 집단에너지를 공급한다고 환경오염 걱정까지 하도록 하니 이게 어찌된 일이냐”고 따져 물었다.
마을 사람들이 권리 주장을 좀 해야 한다는 김씨다.
충남도와 주민들에 따르면 내포신도시는 지금 축사 냄새와의 전쟁 중이다.
밥을 먹다가도 냄새가 나는 탓에 일부는 숟가락을 집어던지기까지 했다.
창문을 닫자니 더운 날 에어컨이 없어 더 화가 난다는 주민들의 설명이다.
도와 홍성군은 냄새 방지를 위해 29일까지 특별지도활동일 벌인다고 겉으로는 대대적 홍보활동을 펼치면서도 속으로는 “공기 중으로 퍼지는 냄새를 어떻게 막느냐”고 토로하는 상태다.
다만 축산과 직원들은 “전보다는 (냄새의 정도가)나아지지 않았냐”는 정도로 위안을 삼고 있다.
미세먼지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내포신도시의 집단에너지시설 연료 문제도 주민들은 관심사다.
폐기물 고형연료(SRF)를 사용한다는 업체와 뒷짐 진 일부 관계자들, 이건 또 괜찮다는 이주민들 사이에서 원주민은 “바라는 게 뭐냐”는 오해까지 받고 있다.
원주민들이 원하는 건 협상안 제시가 아닌 오염물질 원천 차단이다.
심란한 건 평생을 살아왔고, 앞으로도 이곳에서 살아갈 원주민들이다.
한 60대 농장주는 화도 냈다가 미안하다고도 했다가 기분 변화가 심하다.
그는 “똥 냄새 나니께 미안허지 당연히, 근디 어츠겨 원래 냄새가 나는 동넨디. 물르고 왔간? 나도 최대한 깔끔허게 하고 있어 너무 뭐라고 허지 말어”라고 하소연 하면서도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내는 구먼, 에이 내가 떠나야지”라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내포신도시 주변 반경 5㎞ 이내에는 448농가 25만 1000여 마리의 돼지, 소, 닭 등 가축이 자라고 있어 신도시 출범 후 5년여 째 갈등이다. 내포=유희성 기자 jdy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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