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후 20일 된 병아리들이 무더위 속에 몰려 다니고 있다. |
“꼬꼬야 죽지마….”
죽는다는 게 뭔지 잘 모르는 6살 은별이는 할아버지 집에서 키우는 닭들이 더워서 모두 쓰러졌다는 소릴 듣고 멍하기만 하다.자신은 뛰어놀다가도 찬물에 들어가 더위를 식히곤 하는데 꼬꼬들은 왜 힘들어 하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괜히 남은 병아리들한테 죽지 말라고 말을 건네 본다.
은별이보다 실제로 가슴이 더 찢어지는 건 닭을 직접 키우는 농민들이다. 한 마리 한 마리 사료를 쪼아 먹으며 웃음을 건네던 닭들인데 연일 계속된 폭염에 손 쓸 겨를도 없이 수백, 수천 마리가 쓰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현재 충남은 10개 시·군에서 21만9288마리의 닭과 돼지가 폭염을 이기지 못하고 죽은 것으로 집계됐다.닭은 논산(5만 4605수), 부여(4만 4300수), 천안(3만 388수) 등지에서 많이 죽었고, 돼지는 홍성(15), 당진(15), 예산(8) 등지에서 쓰러졌다.
전국적으로는 134만여 마리의 닭과 돼지가 폐사했다. 지난해는 도내에서 24만 4411마리(닭 24만 1351수·돼지 3060두)가 폐사했다.소는 체력이 상대적으로 강하고 축사 환경(통풍)이 나아 폐사하지 않았다는 농가의 설명이다.닭은 병아리 때보다 성계가 되면 폭염에 더 약하다. 덩치가 커지면서 열이 많고 닭장이 좁아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깃털이 많은 특성 때문에 열의 방출이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무리지어 다니는 닭들은 무더위에 약한 특성을 지녔다.양계협회 충남도지회장이기도 한 농장주 신현철 씨는 “애들(닭)은 더워도 뭉쳐 다니고 추워도 뭉쳐 다닌다”며 닭의 여러 가지 폐사 이유를 설명했다.
▲ 생후 10일 된 병아리들이 폭염 속에서 몰려다니고 있다. |
닭은 40℃를 넘어선 체온이 지속되거나 50℃를 넘어서면 버티지 못한다. 뭉치는 특성 상 이 체온은 계사 안의 온도가 37∼38℃만 넘어도 도달한다.다만 더워도 바람이 순환하면 폐사율이 떨어지는데, 현대화된 계사는 자동 통풍 시설이 잘 돼 있지만 소규모 재래식 폐사는 대형 선풍기 여러 대로 의존하는 실정이다.병아리는 여름에 영양제라고 할 수 있는 고온스트레스제를 먹이면 더 건강해진다. 대규모 기업형 농가에서는 개인비용으로 먹이기도 하지만 소규모 영세농가는 정부나 지자체 지원 없이는 엄두가 나질 않는다.
충남도 관계자는 “올해 축사(소, 돼지, 닭 등) 66개소에 280억 원을 지원하는 등 충남지역 80% 농가에 대한 현대화를 마쳤지만 20%는 남은 상태”라며 “고온스트레스제의 경우 지자체에서 신청을 받아 모두 지원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장에선 각 시·군마다 지원예산과 적극성이 다르다는 하소연이다. 가축재해보험도 약관에 따라 30% 이상 폐사해야 보험금이 지급되는 등 제약이 있다.
신 회장의 경우 최근 300수 정도가 폐사했는데 보험금 지급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했다.
충남지역은 현재까지 79농가에 5억 7895만 원의 보험금이 지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농가별로 따지면 평균 732만 원, 마릿수로 따지면 2640원 정도다. 32℃를 넘는 폭염 속에 자식 같은 닭과 병아리들을 지키기 위한 농장주들의 사투가 이어지고 있다.
예산군의 농장주 Y씨는 “병아리부터 크는 걸 지켜봐 왔는데 정말 가슴 아파요. 죽은 것을 치우기도 힘들고요. 또 이 아이들은 왜 그러는지 더운 날 가만히 쪼그려 앉아 있다 죽어요”라고 글썽이며 “정말 이 아이들이 죽지 않았으면 좋겠네요”라고 말했다.
내포=유희성 기자 jdyhs@
▲ 생후 10일 된 병아리들이 사료를 먹기 위해 모이기 시작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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