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논리와 다르지 않고 주한미군 반환공여구역 등 규제 완화 지역 추진
국토위 충청 의원들 “국가균형발전 우선시돼야” 저지 시사
<속보>=수도권 지역이 규제 완화의 야욕을 멈추지 않고 있다.
국토균형발전을 당의 철학과 가치로 하는 야당에 몸담고 있는 수도권 지역 국회의원들마저 규제완화를 골자로 하는 개정안을 발의했기 때문.
25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경기도 양주)은 지난 18일 ‘수도권정비계획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는 개정안 발의에 대해 “수도권에 대한 획일적인 과밀억제정책이 과도한 규제비용을 발생시켜 국가경쟁력의 핵심인 수도권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면서 “저성장시대를 맞아 수도권의 경쟁력 강화를 통한 국가경쟁력 확보, 수도권 내 낙후지역의 체계적 관리 등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수도권 경쟁력의 강화가 국가 경쟁력’이라는 논리로 규제 완화를 풀어야 한다는 그간의 주장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주목할 점은 야당에서도 수도권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06년 옛 열린우리당 정장선 전 의원 이후 10년 만의 일이지만, 개정안 발의에 참여한 10명 가운데 야당인 더민주 의원은 정 의원을 제외하고도 윤호중 의원(경기 구리)·문희상 의원(경기 의정부갑) 등 6명이나 된다.
야당이라고 해도 수도권에 기반을 둔 의원들은 규제 완화를 원하고 있다는 의미다.
최근 수도권 의원들은 국회에는 규제완화를 목표로 한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안 등이 잇따라 발의했고, 대정부질문을 통해 정부를 상대로 수도권 규제를 풀라고 압박한 바 있다.
다만, 이런 행동에 앞장섰던 것은 대부분 새누리당 의원들이었다.
앞서 더민주는 지난 4ㆍ13총선 당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대전 유성문화원에서 대전·충남 후보들과의 연석회의를 통해 수도권 규제완화를 원상복구시키고 국가균형발전 이념을 국정에 반영시키겠다는 뜻을 다짐한 바 있다. 사실상 당론이라는 게 당시 당 안팎의 평이었다.
때문에 수도권 지역 야당 의원들의 규제 완화 시도는 당론에 위배되는 충격적 사건으로 받아들여진다.
더구나 개정안은 시·도지사가 수도권 내 공공청사 이전 지역과 주한미군 반환공여구역, 북한 접경지역, 성장촉진지역 등을 ‘정비발전지구’로 지정해 수도권 규제를 완화토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정비발전지구 발전계획에 따른 사업 시행 사업자에게는 소득세·법인세·취득세·등 각종 조세와 개발부담금 같은 부담금을 감면하게 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이는 도종환 의원(더민주·청주 흥덕)이 낸 주한미군 공여구역 지원 특별법 개정안이나 변재일 의원(더민주·청주 청원)의 수도권정비계획법 일부개정법률안과는 상충된다.
당장, 수도권 의원들이 낸 법률안을 심의해야 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있는 충청권 의원들은 부정적 입장을 내놓았다.
새누리당 박찬우 의원(천안갑)은 “수도권 일부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입장도 있겠으나, 국가 전체 균형이 우선이다. 이명박 정부부터 지난 8년간 규제 완화가 추진돼 왔고, 비수도권인 충남 북부지역은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다”면서 “국가 경쟁력은 지방의 총합에 따른 것이어야 한다. 권역별로 경쟁을 갖춘 뒤 산업 전략을 가져가는 식으로 흐름이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더민주 강훈식 의원(아산을)도 “국가 균형발전은 우리 당의 당론이나 다름없다.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도 받아들일 수 없고, 되려 규제를 강화해야한다는 입장”이라며 “(수도권 의원들이 낸 규제 완화 법안들은)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반대했다.
강우성 기자 khaihideo@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