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욱(대한변호사협회 한국변호사. 일리노이주변호사협회 미국변호사. 세무사. 변리사) |
공직선거법은 제270조(선거범의 재판기간에 관한 강행규정)에서 “선거범과 그 공범에 관한 재판은 다른 재판에 우선하여 신속히 하여야 하며, 그 판결의 선고는 제1심에서는 공소가 제기된 날부터 6월 이내에, 제2심 및 제3심에서는 전심의 판결의 선고가 있은 날부터 각각 3월 이내에 반드시 하여야 한다. <개정 2000.2.16.>”라고 정하고 있습니다.
위 조항은 국가의 구성부분인 법원에 대한 강행적인 의무규정을 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국가는 3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크게 국회, 행정부, 법원으로 역할을 나누어 그 의무를 수행하는데, 이들 국가의 구성부분은 그 의무로부터 자유스럽지 않으며, 그러한 의무를 저버린 경우에는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런데 위 조항에 의한 국가(법원)의 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그 어떤 처벌조항이나 책임을 정한 조항이 없습니다. 이러한 이유는 위 조항을 만든 국회가 의도적으로 했는지 실수로 빠뜨렸는지 이해되지 않지만, 여하튼간에 위 법에서는 위 조항의 의무위반에 대해 아무런 책임조항을 두지 않고 있습니다.
이와 달리 국민이 어떤 법에서 정한 의무를 위반하면 대부분의 경우 그 위반에 대해 책임과 처벌 조항을 두고 있습니다.
어떤 의무위반에 대해 책임을 부여하거나 처벌하지 않으면, 대부분 그 의무를 저버리고 위반해버리는 무책임한 일을 하는 것은 국가나 국민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반드시 그 위반에 대해서는 책임과 처벌의 효과를 두는 경우가 반드시 필요한 것입니다.
공직선거에 대해서는 한국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국가가 공히 규제하고 있으며, 선거에 대한 재판을 정한 위 규정과 동일한 규정을 거의 대부분 두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미 연방의 경우에도 연방 공무원의 선거와 관련하여 동일한 규제를 두고 있습니다.
미 연방의 경우에는 특히 형사범의 경우에 대해서는 국가가 위와 같은 규정하에 재판을 지연하고 선고를 하지 않는 경우에 대해서는 연방헌법상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위반한 것으로 보아, 해당 형사범에 대해 무죄를 선고합니다. 국가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국민에게 보장해야 하는데 이를 국가가 침해했으므로, 국가는 당연히 그 의무위반에 대해 책임을 지고 국가(검찰을 말합니다) 자신이 제기한 공소제기에 대해 불이익을 주어 범죄자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는 이익을 부여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그런데 한국 헌법도 미연방헌법을 그대로 계수하여 동일한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선언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미 연방과 달리 국가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가 발생해도 피해자인 국민에게 무죄를 선고하지 않습니다. 이는 이해하기 어려운 차이입니다. 신속한 재판을 똑같이 침해받았고, 똑같은 헌법상의 권리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직접적인 헌법상의 보호를 받을 권리를 똑같이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은 대법원이 멋대로 헌법을 해석하여 구체적인 법률이 없으므로 무죄를 선고할 수 없고 아무리 재판을 지연해도 피해자인 국민에게 무죄를 선고하여 줄 생각이 없다는 것이고, 미 연방은 위 헌법조항의 직접적 효력으로 국민의 신속한 재판을 침해한 경우에는 국가가 제기한 공소제기는 효력을 상실하고 해당 국민은 무죄를 받아야 한다는 엄청난 결과의 차이를 가져오는 것은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국가가 잘못해서 국민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고도 한국인은 불안정한 지위에서 수년간 고통을 당하고도 아무런 보장을 받지 못하고, 미 연방의 국민은 이러한 고통을 당하지 않는 것은 도대체 어떤 근거에서 차이가 나오는 것인가요. 그것은 아주 이해하기 쉬운 점에서 비롯됩니다. 국민의 권리를 헌법상 자연권으로 보는가 아니면 국가가 지정해주는 것만 국민의 권리라고 보는가입니다.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는 자연권으로서 국가가 지정해주지 않아도 보장되는 권리입니다. 따라서 국가가 이러한 것을 법으로 별도로 지정해주지 않아도 당연히 보장됩니다.
그런데 위 공직선거법은 법으로까지 위와 같이 3개월내에 신속하게 재판받을 권리까지 특별히 보장해주었습니다. 따라서 이는 미 연방의 경우보다도 더 확실하게 3개월이라는 신속한 기한내에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해준 것이 되어 미 연방의 경우보다 더 확실한 보장을 받아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도리어 국가는 처벌조항을 두지 않아서 자연권을 무시해도 무관하다는 논리를 대며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습니다.
이는 매우 잘못된 것입니다. 헌법상 자연권으로 보장된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그것도 헌법의 위임을 받아 제정된 법에 의하여 보장된 3개월내에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국가는 당연히 그 책임을 져야 하며, 그 의무위반에 대한 벌칙과 배상을 해야 합니다.
그러한 책임에 대한 가장 확실한 것이 미 연방이 보장하는 무죄선고입니다. 따라서 현재 대법원이 선거에 관한 위반행위에 대해 관행적으로 위 공직선거법과 헌법을 위반하여 3개월을 초과하여 재판을 지연시키는 행위는 징벌되어야 하며, 당연히 무죄를 선고해야 합니다.
/이재욱(대한변호사협회 한국변호사. 일리노이주변호사협회 미국변호사. 세무사. 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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