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출입 자유롭고, 신고를 꺼려하는 점 노려
교회나 성당, 사찰 등 종교시설을 노리는 범죄가 끊이질 않고 있다. 보안이 허술하고 피해를 당해도 신고를 꺼려하는 분위기 때문이다.
대전 동부경찰서는 21일 교회에 몰래 들어가 현금 등을 훔친 혐의(절도 등)로 A(22)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A씨는 지난달 9일 오전 0시 52분께 대덕구 한 교회에 침입해 사무실에 있던 현금 70만원과 노트북 1대를 훔쳐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그는 지난 2월부터 최근까지 대전과 서산, 공주지역 9개 교회에서 현금과 물건 등 총 640만원 상당을 훔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주로 인적이 없는 심야에 범행을 저질렀지만 대낮에 버젓이 현금을 훔쳐 나오기도 했다. A씨는 특정한 직업이 없고, 거주지도 일정하지 않았다. 이렇게 훔친 돈으로 떠돌이 생활을 했다.
교회를 노린 절도 범죄는 올 3월에도 있었다.
B(24)씨는 교회나 성당을 돌며 상습적으로 돈을 훔친 혐의(절도)로 지난 5월 구속됐다.
그는 3월 6일 오후 8시께 서구 모 교회에 들어가 헌금바구니에 있던 현금 20만원을 훔치는 등 2월부터 5월 초까지 대전지역 교회와 성당에서 21차례 걸쳐 현금 200여만원을 훔친 혐의다.
B씨는 돈을 훔치려다 신도들과 마주치면 “기도하러 왔다”며 태연하게 행동했다.
사찰과 굿당도 예외는 아니다. 2014년 12월 C(45)씨는 충북 한 사찰 불전함을 부수고 안에 있던 현금 150만원을 훔쳐 달아났다. 이런 수법으로 19회에 걸쳐 700만원 상당을 자기 주머니에 챙겼다.
종교시설이 절도범들의 표적이 된 이유는 뭘까. 대부분 교회나 성당이 24시간 개방돼 있고, 출입이 자유로워서다.
허술한 보안시설도 원인 중 하나다. 망치 같은 공구로 불전함이나 헌금함을 쉽게 부실 수 있다. 신고를 꺼려하는 분위기도 문제다. 소문이 나면 이미지가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런 점들 때문에 종교시설은 절도범들에게 쉬운 범죄 대상으로 여겨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조그만 절도사건일지라도 즉시 신고해야만 2차 피해를 줄일 수 있는데 이미지가 안좋아지는 것을 우려한 나머지 신고를 하지 않는 교회들이 있다”며 “예배당 안에 금품을 보관하지 않아야 하며, 처음 보는 사람이 오면 한번 쯤 관심 깊게 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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