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우람 선수 = 한화이글스 제공 |
한화 이글스 ‘뒷문’ 정우람(30)이 흔들리고 있다.
한화는 지난 20일 대전 KT 전에서 8회까지 1-1 팽팽한 승부를 펼쳤다. 한화는 9회 초 마무리 정우람을 투입시키면서 4연승에 대한 의지를 보였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믿었던 정우람이 선두타자 9번 배병욱에게 중전안타를 내주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이대형의 희생번트로 1사 2루에서 정우람은 김사연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위기를 넘기는 듯했지만, 다음 타자 마르테에게 1타점 좌중간 적시 2루타를 내주고 말았다. 이어 유한준에게 또다시 적시타를 내주면서 순식간에 분위기가 KT 쪽으로 넘어갔다. 한화는 결국 바뀐 투수 장민재가 정우람의 승계주자를 책임지지 못하면서 1-4로 패하고 말았다.
정우람은 올 시즌 35경기에 나와 51.2이닝을 던지며 4승3패 9세이브 평균자책점 3.66을 기록했다. 불론세이브는 6개나 된다. 정우람은 한화가 올 시즌 전 84억원을 투자해 영입한 필승 마무리다. 지난해 막판 순위싸움에서 지친 불펜진 탓에 ‘가을야구’진출에 실패하면서 보강한 자원이다. 최고 몸값을 자랑하는 정우람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성적이다.
시즌 초반만 해도 무너진 한화 마운드 속에서도 유일하게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맹활약했지만, 최근 들어 자주 불안한 상황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전반기 막판인 2일 삼성전에 2.1이닝 2실점으로 부진한 데 이어 휴식을 취한 20일 KT 전에는 0.2이닝 3실점으로 아쉬운 모습을 보여줬다.
정우람은 6번의 블론세이브 중 5번을 모두 동점이나 역전 주자 없이 스스로 만들었다. 1점 리드 상황에서 블론이 4번으로 가장 많고, 2점차·3점차 리드에서 블론이 각각 1개씩이다.
정우람은 올 시즌 전반기 51이닝을 소화했다. 팀 사정상 등판 간격이 불분명했고, 2~3이닝을 던지는 경우가 많았다. 체력적인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정우람은 구위보다는 제구와 타이밍 싸움으로 타자를 상대하는 스타일이다. 체력이 떨어지면 공이 몰리거나 높게 형성돼 타자와의 승부가 힘들 수 있다.
거듭된 부진으로 자신감도 크게 떨어진 상태다. 특히 마무리 보직에 대한 심리적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정우람은 선수생활 대부분을 마무리가 아닌 셋업맨으로 출전했다. 지난해 SK에서 팀 사정상 시즌 중반에 마무리로 출전했지만, 승부처에서 종종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다.
한화가 후반기 반등을 위해서는 불펜에서 정우람이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마무리 정우람이 버텨줘야 권혁, 박정진, 송창식 등에 대한 활용이 결정된다. 특히 정우람이 등판하는 경우 대부분이 한두 점차 등 팽팽한 승부처이기 때문에 정우람의 활약 여부에 따라 승패가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정우람이 부진을 탈출해 빠르게 제 모습을 되찾기를 기대해보자.
이상문 기자 ubot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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