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대훈 선수 = 한화이글스 제공 |
지난 19일 대전 KT 전에서 한화는 초반 대거 9점을 뽑아내며 8-1로 앞서 나갔다. 하지만, 경기는 순식간에 8-5가 되더니 9-7 두 점차까지 쫓기게 됐다. 상대는 올 시즌 한화만 만나면 유독 힘을 내는 KT(이날 경기 전까지 한화전 6승1무1패)였다. 유한준, 이진영, 마르테, 박경수 등 만만치 않은 타선을 갖추고 있어 언제든지 역전을 허용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
한화는 이 상황에서 권혁, 박정진이 아닌 정대훈을 마운드에 올렸다. 의외의 선택이었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정재훈은 불붙은 KT 타선을 잠재웠다. 5회 초 김종민, 박기혁, 이대형을 삼자범퇴로 깔끔히 막아내며 흐름을 끊었다. 한화는 5회 말 타선이 대거 5점을 뽑아내며 사실상 승기를 잡았다. 정대훈은 이날 1.1이닝 무피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정대훈은 김성근 감독이 부임한 이후 꾸준히 주목한 선수다. 한화 투수 중에는 희귀한 사이드암 투수이기 때문이다. SK왕조 시절 김 감독은 정대현이라는 걸출한 언더핸드 투수를 중심으로 벌떼 마운드를 꾸렸다. 김 감독은 정대훈을 활용하기 위해 지난해 겨울부터 꾸준히 훈련을 시켰다. 그러나 개막 이후 보여준 모습은 다소 실망스러웠다. 개막 이후 2군에 내려갈 때까지는 6경기 등판에 2.2이닝을 던져 7안타 7실점으로 평균자책이 23.63이었다. 하지만, 정대훈은 2군에서 절치부심한 후 6월 중순에 다시 복귀했다. 이후 지금까지 10경기에 출전해 14.1이닝 12피안타 1실점 평균자책점 0.63을 기록했다. 마운드에서 자신감이 붙으면서 코너워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다.
김 감독은 “정대훈이 최근 좋은 공을 던지고 있다. 마운드 운영에 힘이 된다”고 칭찬했다.
정대훈은 “크데 달라진 점은 없다. 다만, 자신감을 많이 찾은 것 같다”면서 “서산에서 한 달 정도 머물면서 마일영 코치님 등 여러 코치님이 좋은 공을 갖고 있는데 마운드에서 좀 더 자신감을 갖고 던지라고 많이 조언해 주신 게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언제든지 마운드에 오를 준비가 돼 있다. 내가 좀 더 잘한다면 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대훈이 좋은 모습을 보이면서 한화 불펜은 더욱더 탄탄한 전력을 갖추게 됐다. 사이드암 투수로 불펜에 다양성을 줄 수 있다. 상대 타자의 성향에 따른 투수 기용이 가능해졌다. 또한, 필승조에 대한 부담도 줄여 줄 수 있다. 한화는 권혁, 박정진, 송창식, 정우람에 대한 비중이 높다. 전반기에 많은 이닝을 던져준 만큼 조금씩 체력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대훈이 안정된 모습을 보여준다면 다른 선수들의 부담이 그만큼 준다.
정대훈이 지금의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한화 불펜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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