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선주 성남도서관 사서 |
'그때는 누구나 서툰 여행'은 유럽 20여개 도시 여행기다. 이 책을 찾는 독자들은 우선 사진을 보고 반한다. 유럽의 풍경과 운치가 가득 담긴 사진들이 너무 이뻐서 가벼운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다가 책을 덮고 책표지의 저자 이름을 다시 한 번 보게 된다. '누구지?' 이제 책은 예쁜 사진이 담긴 편한 책에서 간만에 마음에 드는 여행 에세이로 표지를 바꾼다.
저자는 대전에서 태어나 잡지사 에디터로 일하며 틈틈이 여행을 통해 일상의 살아갈 힘을 얻었다고 한다. 지리멸렬한 일상에서 단박에 해방되어 길을 떠나고 희열과 보람으로 가득 찬 낭만적 밥벌이를 꿈꾸면서. 그러나 대답은 “No”다. 신통치 않고 답답해도 떠나지 않기로 결심하는 게, 떠날 수 없는 작은 이유를 되새기며 단순한 의지로 삶을 끌어가는 그냥 밥벌이에 여행이라는 낭만적 훈기를 더하라고 귀띔한다. 우리가 꿈꾸는 삶은 로맨틱한 드라마가 아니라 매일의 집요한 선택이라고 말이다.
'그때는 누구나 서툰 여행'은 분명 서툴지 않은 여행 에세이다. 그간 우리가 읽었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보통의 여행 에세이를 보면 '그곳에 가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 책은 '나도 무언가 기록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보는 즐거움, 읽는 기쁨, 나를 기록해 보고 싶은 마음까지 삼박자로 함께 춤추며 다가온다. 요즘 트렌디한 여행서처럼 여행지 사진과 모호한 단문으로 포장하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이, 더 잘 볼 수 있는지 요령을 알려주지 않아서 좋다. 저자는 책을 통해 여행에 우리를 끌어들이고 마음을 아프게도 하고 서툴러도 괜찮다고 위로해 주기도 한다. 지치고 고단해서 어떻게라도 떠나고 싶은 우리의 마음을 감염시키고 옹골지고 단단하게 여행에 함께하게 한다.
책 중간 중간에 저자의 취향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내 여행 친구' 추천리스트는 방랑벽을 자극하며 두근거림을 선물한다. 유럽 각 도시를 배경으로 촬영한 영화나 그 도시 출신의 화가에 대한 이야기, 도시의 매력을 배가하는 책이나 음악을 권하고 있어 여행을 꿈꾸는 여행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어느새 생각의 꼬리를 물고 저자가 소개하는 책과 음악, 영화를 떠올리고 공유하고 싶게 만든다. 또한 책의 구성도 남다르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진학, 취업, 결혼 등의 선택 속에서 전전긍긍하며 살아가는 보통여자의 시선으로 과거와 현재를 뒤섞여 흐르게 하여 시간을 여행하는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라 저자의 삶에 대한 분투와 필력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요즘 도서관 신간 코너에는 비우고, 버리고, 위로하는 책들로 가득하다. 또 떠나라는 책들도 한 가득이다. 우리의 마음 어디서에는 위로받고 괜찮다고 해주길 기다리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이 책이 좋다. 떠나고 싶어서 떠날 때는 잘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초보자가 되어 보는 아주 좋은 시간이라고 말해 주어서 좋다.
그 많은 책들 속에서 말한 '보란 듯이 잘 하는 여행'이 아니라 미숙해도 괜찮다고 다독여주는 책, '그때는 누구나 서툰 여행'과 함께 여러분도 다가올 뜨거운 여름을 맞이해 보심이 어떨지 바래본다.
김선주 성남도서관 사서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