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만초등학교와 병설유치원. |
12일 ‘다문화 학생이 비다문화 학생보다 더 많아졌다는 시골 교육현장’을 가장 먼저 목격하기 위해 달려간 구만초등학교(유치원)는 충남의 교육철학을 한꺼번에 느낄 수 있는 보물섬 같은 곳이었다.
다문화 교육은 물론, 문화체험, 체육활동, 영어수업, 참학력과 시민교육, 학력신장, 여기에 학부모들(지역민)의 평생교육까지.
덧붙이면 정부 방침인 ‘소규모 학교 통ㆍ폐합’이 왜 탁상행정이며, 경제 논리에 가려진 시작부터 실패한 정책인가를 명확히 보여주는 모범사례이기도 했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김지철 충남도교육감이 공ㆍ사석을 가리지 않고 지겹게 외쳤던 단어들은 이날 단 한 번의 경험으로 각인됐다.
충남 수부도시 내포신도시에서 시골 구불길을 조금만 헤매면 예산군 고덕면 구만리 구만초가 나온다. 마을을 지켜온 커다란 나무들에 가려져 내비게이션을 찍고도 건물을 찾지 못할 정도로 작은 1층짜리 시골 학교다.
도시에서는 꿈도 꾸지 못할 넓은 황금빛 모래 운동장에 들어서 한 쪽에 차를 세우면 섬마을 삽시도에 있을 법한 작은 학교의 정겨움이 반긴다.
교무실부터 찾았다. 교감과 교직원들이 한 데 모여 있다. 교장실은 따로 있는데, 학무모가 여럿 찾아와 교장과 함께 공예품을 만들고 있었다. 마을 주민 평생교육을 위해 자리를 내준 것이다. 충남교육의 대세인 여성 교장은 학부모들과 언니ㆍ동생처럼 어울렸다. 다문화 학부모들도 함께였다.
▲ 이경순 구만초 교장이 12일 다문화 등 학부모들과 한지 공예품 만들기 평생교육을 하고 있다. |
전체 인원 12명 중 다문화 학생이 7명으로 더 많아 이날 취재의 이유이기도 했던 구만초 병설유치원 학생들은 아쉽게 보지 못했다. 1, 2학년 언니, 오빠들과 함께 예산문예회관으로 뮤지컬 신데렐라를 보러갔기 때문이다. 신바람 나는 문화체험 날이다.
3학년은 온도계가 28℃를 가리키는 무더위 탓에 강당에서 변형 피구 경기를 하고 있었다. 학생들의 건강을 위해 강당에 에어컨을 틀고 체육 수업을 거르지 않았다.
원어민 수준의 발음에 깜짝 놀란 4학년 영어수업은 미국 교포 출신 등 2명의 교사가 학생들을 도왔다.
▲ 12일 전체 12명 중 5명이 다문화 학생인 구만초등학교 4학년 교실에서 영어회화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 학교 학생들은 다문화에 대한 구분이나 차이 없이 모두가 하나다. |
5학년은 더 놀랍다. 기자들이 다뤄야 할 법한 ‘노사화합’ 문제에 대한 토론이 진행되고 있었다. 실제 사회생활에서 맞닥뜨릴 주제로 대화하는 수업은 참학력과 민주시민교육이 한꺼번에 이뤄지는 셈이다.
6학년은 무슨 수업을 하는지는 몰랐고, 물어보고 싶지도 않았다. 학력신장을 위한 엄숙한 분위기의 수업이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 학교엔 골프선수인 학생과 연습타석도 있다. 특성화된 교육으로 꿈과 끼를 키우는 것이다.
6ㆍ25 전쟁 직후부터 62년간 구만리를 지켜온 구만초는 건물은 낡았지만, 전 세계 어느 곳에 내놔도 손색없을 정도의 선진화된 교육이 이뤄지고 있었다. 이환종 교감은 “삭막한 도심 속 빌딩형 학교에서 이런 참 된 교육을 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던졌다. 내포=유희성 기자 jdy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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