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 암 환자 임종을 집에서 맞도록 돕는 가정 호스피스
안녕하세요? 저는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조은재 가정 호스피스 전문 간호사입니다.
호스피스(hospice)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임종이 임박한 환자들이 편안하고 인간답게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베푸는 활동을 뜻합니다.
구체적으로는 항암치료로 인한 호흡곤란, 구토, 기침·가래 같은 통증을 줄여주고 앞으로의 시간을 아름답게 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한 마디로 환자의 ‘웰다잉(well-dying)’을 돕는 셈이죠.
환자가 어떤 상황이든지 수명을 연장하는데 중점을 두는 것과 달리 의학적 치료가 더 이상 의미가 없을 경우 통증 조절, 심리적 지원으로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게 목표랄까요.
저는‘가정 호스피스’ 전문 간호사에요. 가정 호스피스는 기존 호스피스와 특별히 다르지 않아요. 호스피스 서비스가 병원이 아닌 환자 집에서 이뤄진다는 게 차이이자 특징이죠.
사실 가정 호스피스를 꺼려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환자는 물론 가족들도 병원을 떠나는 게 불안하고 두렵기 때문이죠. 병원에 있어야 혹시라도 무슨 일이 있을 때 바로 조치가 가능하다고 믿기도 하고요.
하지만 가정 호스피스를 받은 분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아요. 물론 처음엔 모두 퇴원을 하지 않으려고 하셨어요. 너무 불안하니까요. 집에 가면 어떻게 될 것 같은 그 불안감이요. 겁이 나는 거죠.
그러나 저 같은 전문 간호사와 24시간 상담이 가능해요. 일주일에 2번 정기방문은 물론 급할 때면 응급방문과 야간방문도 이뤄져요. 병세가 악화되면 호스피스 병동에 재입원할 수 있죠.
경제적인 도움이 필요하면 사회복지사와, 영적인 도움이 필요하면 수녀님과 같이 방문하기도 해요. 목욕을 하고 싶거나 바깥바람을 쐬고 싶을 때면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가기도 합니다. 필요한 휠체어나 공기침대, 산소발생기, 폴대(링겔걸이)도 무료로 드려요.
집에서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으면 무엇보다 심리적 안정을 취할 수 있어요. 평생 살아온 내 집에서 지내고, 매일 자던 침대에서, 내 이불로 덮고 누워있는데 당연히 그럴 수 밖에요. 낯선 병실보다 훨씬 낫죠.
병원에선 화장실도 마음대로 가기 어렵고 병동의 조그만 소리나 불빛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기 쉽죠. 밤잠을 설치는 건 기본이고 스트레스로 병을 키우는 경우도 있어요.
오늘 방문한 여성 환자분도 처음엔 너무 무섭다고 가정 호스피스를 거절하셨어요. 난소암 때문에 병원에 오래 계신 환자 셨죠.
설득 끝에 지난달 말부터 집에서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고 계신데 지금은 너무 만족하세요. 다신 병원에 가지 않겠다고 매번 말씀 하실 정도라니까요. 잘 못 드시던 음식도 먹기 시작하셨어요. 신기하죠.
이런데도 가정 호스피스를 꺼리시는 분들을 만날 때마다 마음이 아파요. 이젠 자연스러운 죽음, 아름다운 죽음에 대한 인식이 자리 잡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시작에 가정 호스피스가 있죠.
저희들끼리 이야기하는 게 있어요. 아기가 태어날 때 이 순간을 함께하는 조산사가 있다면 우리는 사람의 마지막 길을 편안하게 가실 수 있도록 돕는 ‘영혼의 조산사’라고요.
저희들이 더욱 신나고,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가정 호스피스 더욱 이용해 주세요. 송익준 기자 igjunbabo@
※ 이 기사는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조은재 가정 호스피스 전문 간호사와 11일 동행해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조 간호사의 시점에서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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