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중)철도관사촌과 보급창고
(하)증약터널 등
▲ 대전현충원 호국철도기념관에 전시된 미카형 증기기관차 129호. |
하지만, 이 유산들이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진 시설이라는 이유로 크게 관심 받지 못하고 방치되면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이에 본보는 국립철도박물관 유력 후보지역으로 꼽히는 대전의 철도문화유산 가운데 대전현충원에 전시 중인 ‘미카형 증기기관차 129호’와 ‘철도관사촌 및 보급창고’, ‘증약터널’ 등을 자세히 소개한다. <편집자 주>
대전의 철도문화유산은 대부분 시설인데 차량으로는 유일하게 대전현충원 호국철도기념관에 있는‘미카형 증기기관차 129호’가 있다.
이 증기기관차는 어떤 사정으로 대전현충원에 안장(?) 됐을까. 그 이유는 한국전쟁 당시 포로 구출작전에 사용됐기 때문.
‘미카형 증기기관차 129호’는 한국전쟁 중 북한군에 포위된 윌리엄 F. 딘 소장(당시 미 제24사단장)을 구출하기 위한 작전에 전격 투입됐다.
당시 미군은 임시수도였던 대전을 사수하기 위해 총력을 다했으나, 실패하고 충북 영동으로 후퇴했다. 그때 딘 소장과 몇몇 장병들은 미처 탈출하지 못하고 대전에 은신해 있었다.
이에 따라 미군과 한국군은 1950년 7월 19일 33명의 특공결사대를 조직해 구출작전을 감행했다. 이때 사용된 기관차가 ‘미카형 증기기관차 129호’다.
이 증기기관차는 1940년 8월 일본에서 제작되고 조선총독부 철도국 경성공장에서 조립된 ‘텐더식 증기기관차’로, 경부선 등 주요 간선에서 운행되다 디젤기관차의 등장으로 1967년부터 운행이 중단됐다. 이후 1980년 후반 동해 남부선 부산~경주 간 관광열차로 운행되기도 했다.
기관차 제원은 △길이 14m △폭 3.7m △중량 91t △연료 무연탄 △마력 973HP △최고 속도 90km/hr 등이다.
미카형 증기기관차는 바퀴 배열이 2-8-2인 기관차를 말하며, 일본어로 황제(Mikado)라는 단어의 앞 두 음절을 따서 명명한 것이다.
‘미카형 증기기관차 129호’는 이런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8년 등록문화재 제415호로 지정됐으며, 대전철도차량관리단 부지에 전시돼 있던 것을 2012년 대전현충원으로 옮겨 호국철도기념관으로 활용하고 있다.
호국철도기념관은 1899년 철도개통 이래 순직한 2500여 명, 한국전쟁 중 순직한 287명 등 철도인의 넋을 추모하기 위해 건립됐다. 증기기관차의 내부를 둘러볼 수 있고, 한국전쟁에 참전한 철도인을 기리는 호국관과 한국철도의 역사와 문화를 전시하는 역사관으로 만들어졌다.
‘미카형 증기기관차 129호’는 고(故) 김재현 기관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한국전쟁 당시 대전지방철도청 소속 기관사였던 김재현 기관사는 미 제24사단장 딘 소장의 구출을 위해 최후의 일순간까지 철마를 달리다 순직했다. 이 넋을 기리기 위해 1962년 12월 5일 대전철도국 직원들이 성금을 모아 동구 삼정동 60번지에 김재현 기관사 순직비를 건립했다.
이 기념비는 고 김재현 기관사가 순직한 장소로 추정되는 경부선 서울역 기점 171.8㎞ 지점인 대전도시철도공사 판암차량기지 북동쪽 상ㆍ하행선 철로 사이에 위치한다. 고 김재현 기관사는 순직한지 33년 만인 1983년에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 장군묘역에 안장돼 있다.
대전의 철도문화유산 보존 및 활용방안 연구에 참여한 이희준 대전도시재생지원센터 사무국장(대전대 겸임교수)은 “지금까지 많은 철도문화유산들이 일제 잔재로 치부되고 급속한 도시화로 철거되거나 파손돼 왔다”며 “그나마 현재 남은 철도문화유산의 보존ㆍ활용 대책 마련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박태구 기자 hebala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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