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하고 괜찮다 vs 냄새가 너무 심하다 의견 갈려
대전역은 대전의 대표 관문이다. 수많은 사람이 여러 사정으로 이곳을 드나든다. 그리고 특별한 무언가가 항상 이들을 맞이한다. 성심당에서 만드는 빵, 그 중에서도 ‘튀김소보로’ 냄새다.
대전 대표 빵집인 성심당은 2012년 11월 대전역점을 오픈했다. 영업시간은 오전 6시 30분부터 오후 11시까지며, 연중무휴다. 오픈하자마자 주 메뉴인 튀김소보로와 부추빵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승객들은 열차 탑승 전 성심당에 들러 튀김소보로를 샀다. 선물용으로 몇 박스씩 사들고 기차를 타는 승객도 많았다. 고소하면서도 바삭하고 달콤한 맛은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명절도 아닌데 대합실에 긴 줄이 생기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매일 성심당에서 빵을 사기 위한 사람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과거 대전역 대표음식이 가락국수였다면 이젠 튀김소보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전역에서 가락국수는 먹고 가야 한다”는 말이 “튀김소보로를 꼭 먹어야 한다”는 말로 바뀌어 유행할 정도다. 온라인에서도 대전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 사람들의 튀김소보로 인증 글이 넘쳐났다.
성심당은 빵을 4시간 마다 한 번씩 굽는다. 하지만 튀김소보로는 계속 만들어야 한다. 이 빵을 사려는 손님이 끊이지 않아서다. 튀김소보로 전용 계산대가 설치됐고, 매장 안 튀김기는 10시간 이상 돌아간다.
이렇다보니 일부 사람들 사이에서 불만이 나오기 시작했다. 냄새가 너무 심하다는 것이었다. 기름 냄새를 부담스럽게 느끼는 사람들도 나타났다. 대합실에서 대기하는 승객들도 이따금 불만을 토로하곤 했다.
그러나 냄새가 심하진 않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냄새를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일부 사람들 생각이라는 얘기다. 튀김소보로가 대전을 상징하는 음식인 만큼 이해해줘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대전역 튀김소보로 냄새는 어느 정도일까. 10일 오전 대전역을 찾았다.
1층에선 튀김소보로 냄새가 나지 않았지만 성심당 대전역점이 위치한 2층 대합실로 올라가자 빵 냄새가 조금씩 느껴졌다. 대전역점 매장으로부터 거리가 먼 곳에선 고소한 냄새가 느껴졌으나 가까워질수록 기름 냄새도 함께 풍겼다.
매장 앞에는 30여명이 길게 줄지어 서있었다. 모두 튀김소보로나 부추빵을 사려는 고객들이다. 직원들은 바쁜 손놀림으로 튀김소보로를 튀김기에 튀기고, 포장하는 등 분주했다.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의 의견은 갈렸다.
윤모(36)씨는 “대전에 출장을 올 때마다 가족 선물용으로 튀김소보로를 매번 사간다”며 “냄새가 나긴 하지만 고소한 정도라 기분이 나쁘거나 하진 않고 오히려 역 분위기를 좀 더 정답게 살려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김모(48)씨는 “출장을 다니느라 대전역을 자주 이용하는 편인데 튀김소보로를 만들면서 나오는 냄새와 기름 증기가 심한 것 같다”며 “이해할 수 있는 사람도 있지만 예민한 사람들은 충분히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10명에게 더 물어봤지만 의견은 반으로 나뉘었다.
대전역 관계자는 “평일뿐만 아니라 주말에도 튀김소보로를 사기 위해 승객들이 긴 줄을 설 정도로 인기가 많다”면서도 “직접적으로 역무실에 빵 냄새나 기름 냄새로 항의하러 오는 사람들이 한 달에 한명 정도 있다”고 밝혔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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