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계 “차선책 위한 논의 이어갈 것” 밝혀
▲ 8일 오후 중구 대흥동 50-7번지에 있던 정훈 시인의 고택이 철거됐다. |
지난 8일 오후 3시께 중구 대흥동 50-7번지 철거 현장. 건물은 형태를 잃어 사라지고 건축물폐기물만 산처럼 쌓여 있었다. 포클레인 한 대와 인부 두 명이 한때는 건물 일부였던 목재를 분류했다. 이날 오전 8시께 시작한 공사는 오래된 건물 곳곳에 있는 쓰레기를 치우며 진행하느라 더디게 이어졌다. 사람의 손길이 오랫동안 닿지 않은 물건들이 트럭 두 대에 가득 실려 버려졌다. 대전 향토문학의 산실이라고도 불렸던 곳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지역 문인들의 사수 노력에도 불구, 정훈 시인의 고택이 철거됐다.
10일 중구청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건축주인 정훈 시인의 차남이 멸실 신고서를 접수해 구청이 이를 수리했다.
당초 매입 당사자인 인근 요양병원은 이달 15일 잔금을 치르기로 했지만 고택 매각에 대한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서둘러 매각ㆍ매입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갑작스런 고택 철거에 지역 문학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전문인협회ㆍ대전작가회의를 비롯한 지역 10개 문학단체와 대전예총ㆍ대전민예총 등 지역 문화예술단체는 앞서 지난 7일 오후 대전시청역 인근에서 고택 매각을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고택 사수를 위한 본격적 움직임에 첫걸음을 뗀 바로 다음날 이들의 목표가 사라졌다.
이들은 철거를 막진 못했지만 추후 해당 장소에 시비를 세우는 등 차선책을 찾아갈 것이라는 입장이다. 11일 지역 문학단체와 긴급간담회를 열고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권득용 대전문인협회장은 “힘이 빠지지만 여기서 끝이라고 생각하면 안되고 지역 예술인 아카이브 보존가치에 대한 재조사와 시비 건립 등에 대한 차선책을 논의할 것”이라며 “충청문단의 선구자 정훈 선생의 고택이 있던 곳이란 걸 알려줄 의미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정훈(1911-1992) 시인은 1946년 대전 지역 최초의 문예지 ‘동백’과 ‘향토’를 창간하고, 시집 ‘머들령’(1949년) 등을 펴냈다. 임효인 기자 hyoyo@
▲ 지난달 20일(왼쪽)과 지난 8일의 중구 대흥동 50-7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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