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훈 고택 철거…문학계 “차기 대책 마련해야”

  • 문화
  • 문화 일반

정훈 고택 철거…문학계 “차기 대책 마련해야”

  • 승인 2016-07-10 15:50
  • 신문게재 2016-07-10 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지난 8일 오전 철거…전날 보존 서명운동 무색
문학계 “차선책 위한 논의 이어갈 것” 밝혀


▲ 8일 오후 중구 대흥동 50-7번지에 있던 정훈 시인의 고택이 철거됐다.
▲ 8일 오후 중구 대흥동 50-7번지에 있던 정훈 시인의 고택이 철거됐다.

지난 8일 오후 3시께 중구 대흥동 50-7번지 철거 현장. 건물은 형태를 잃어 사라지고 건축물폐기물만 산처럼 쌓여 있었다. 포클레인 한 대와 인부 두 명이 한때는 건물 일부였던 목재를 분류했다. 이날 오전 8시께 시작한 공사는 오래된 건물 곳곳에 있는 쓰레기를 치우며 진행하느라 더디게 이어졌다. 사람의 손길이 오랫동안 닿지 않은 물건들이 트럭 두 대에 가득 실려 버려졌다. 대전 향토문학의 산실이라고도 불렸던 곳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지역 문인들의 사수 노력에도 불구, 정훈 시인의 고택이 철거됐다.

10일 중구청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건축주인 정훈 시인의 차남이 멸실 신고서를 접수해 구청이 이를 수리했다.

당초 매입 당사자인 인근 요양병원은 이달 15일 잔금을 치르기로 했지만 고택 매각에 대한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서둘러 매각ㆍ매입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갑작스런 고택 철거에 지역 문학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전문인협회ㆍ대전작가회의를 비롯한 지역 10개 문학단체와 대전예총ㆍ대전민예총 등 지역 문화예술단체는 앞서 지난 7일 오후 대전시청역 인근에서 고택 매각을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고택 사수를 위한 본격적 움직임에 첫걸음을 뗀 바로 다음날 이들의 목표가 사라졌다.

이들은 철거를 막진 못했지만 추후 해당 장소에 시비를 세우는 등 차선책을 찾아갈 것이라는 입장이다. 11일 지역 문학단체와 긴급간담회를 열고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권득용 대전문인협회장은 “힘이 빠지지만 여기서 끝이라고 생각하면 안되고 지역 예술인 아카이브 보존가치에 대한 재조사와 시비 건립 등에 대한 차선책을 논의할 것”이라며 “충청문단의 선구자 정훈 선생의 고택이 있던 곳이란 걸 알려줄 의미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정훈(1911-1992) 시인은 1946년 대전 지역 최초의 문예지 ‘동백’과 ‘향토’를 창간하고, 시집 ‘머들령’(1949년) 등을 펴냈다. 임효인 기자 hyoyo@

▲ 지난달 20일(왼쪽)과 지난 8일의 중구 대흥동 50-7번지.
▲ 지난달 20일(왼쪽)과 지난 8일의 중구 대흥동 50-7번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2. 세종시 50대 공직자 잇따라 실신...연말 과로 추정
  3. 대전시주민자치회와 제천시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자매결연 업무협약식
  4.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대전.충남 통합으로 세계 도약을"
  5. 천안시의회 김영한 의원, '천안시 국가유공자 등 우선주차구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 상임위 통과
  1. [취임 100일 인터뷰] 황창선 대전경찰청장 "대전도 경무관급 서장 필요…신종범죄 강력 대응할 것"
  2. 대전시노인복지관협회 종사자 역량강화 워크숍
  3.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4. [사설] 충남대 '글로컬대 도전 전략' 치밀해야
  5. [사설] 아산만 순환철도, ‘베이밸리 메가시티’ 청신호 켜졌다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