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영국 런던 동부 올드스트릿과 올림픽 주경기장 일대에는 스타트업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입주하면서 'Tech City(테크시티)'가 생겼다. 지금은 도시 전체가 테크시티라고 불릴 만큼 런던은 핀테크(Fintech)·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기술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으로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 영국의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결정 이후, 런던이 세계 최고 과학도시로서의 입지가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
현재 브렉시트가 런던의 위기일지 기회일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런던이 지금까지 굳건히 지켜온 세계 과학기술 도시의 역할은 부정하기 어렵다.
본보는 지난달 28일 영국 런던에서 런던앤파트너스(London and partners)의 국제사업개발 총괄자 데이비드 슬레이터(David Slater)를 만났다. 런던앤파트너스는 런던시 산하 기관으로 런던에 일자리를 창출하고 도시를 성장시키고자 직접 국내·외 투자를 유치하는 런던 공식 홍보기관이다. 이곳에서 국제사업개발 총괄을 맡는 데이비드는 2005년 영국 무역투자청에서 HM영사및지역 이사, 2009년 영국 외무성에서 유럽연합(EU) 참여부서 부국장, 2011년 런던앤파트너스에 글로벌영업부를 거쳐 이 자리에 왔다.
그에게 런던이 과학학기술산업 도시로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 브렉시트를 고려한 런던의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런던에 'Tech City'를 만들고자 런던시(런던앤파트너스)가 해온 주요 역할을 무엇인가?
▲크게 국가차원과 도시차원의 역할로 구분해 볼 수 있겠지만, 도시차원에 대해서만 설명해보겠다. 런던시에서도 과학기술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 자금이 있다. 그러나 그리 크지 않아 런던시의 자금으로 과학기술산업 도시인 테크시티를 육성했다고 보긴 어렵다. 만약 그랬다면 테크시티의 지속성도 그리 길지 않았을 것이다.
테크시티의 자금은 시장 주도(Market driven)로 비즈니스 환경이 이뤄졌다. 이 환경에서 런던앤파트너스는 런던에서 비즈니스를 하고 싶어하는 누구라면 그들이 런던에 둥지를 틀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한 청년이 런던의 금융 중심지인 커네리 워프(Canary Wharf)에서 인공지능(AI)과 관련성 있는 아이템을 가지고 창업을 하고 싶다고 하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등 도움을 주고 있다.
만약 이 기술이 창업으로 이어지기 위해 R&D(연구개발)협력이 필요하다 판단되면 임페리얼컬리지, UCL(University College London)등 학교와도 연계시켜 주기도 한다. 수수료도 전혀 받지 않는다. 단 자격조건은 있다. 창업에 성공 할 때 지역사회에서 몇 건의 고용을 창출해야 한다는 등과 같이 매우 기본적인 조건이다.
-런던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무엇인가?
▲런던시 입장에서 기대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지역 고용창출과 경제효과다.
다른 나라의 스타트업이 런던에서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고 그 입지가 점차 커진다면 그때 생겨나는 고용과 경제효과는 다른 나라의 것이 아닌 바로 런던의 것이 된다. 따라서 우리는 창업만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창업 후에도 스타트업이 크게 성장해 나갈 때까지 지속적으로 관계를 유지한다. 그들이 기업을 운영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그 부분도 우리가 나서서 돕는다. 그들이 더 큰 기업이 됐을 때 우리가 기대한 것들(고용창출, 경제효과)은 더 크게 성과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다른 도시가 가지지 못한 런던의 장점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
▲법인세율이 낮아 비즈니스를 하기 좋은 동네다. 또 훌륭한 대학기관들이 많다 보니 석박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학생들이 많다. 무엇보다도 런던에는 시장(Market)과 소비자(Customer)가 잘 구성돼 있다. 런던에 거대한 핀테크 시장이 크게 열릴 수 있었던 이유도 시장과 소비자들이 잘 구축돼 있기 때문이었다. 그 예로 영국 바클레이즈 은행은 런던에서 스타트업 프로그램을 직접 운영했고 런던에는 금융 시장이 기존에 잘 구축 됐었던 만큼 그에 따른 소비자들이 충분히 런던에 있었다. 런던의 또 다른 매력은 다양성이다. 하루 런던에서 사용되는 언어는 200개가 넘는다. 이런 런던에는 영화, 미디어, 방송, 광고, 교육 등 예술 분야가 역사적으로 뛰어났다. 예술 분야와 기술분야가 합쳐서 'Creative Industry(창조산업)'를 창출할 수 있었고, 다른 도시와 차별화될 수 있었다.
-현재 영국이 브렉시트 등 복잡한 상황인데 앞으로 런던이 과학기술도시로 성장하는데 영향이 있을까.
▲이와는 관계없이 런던은 계속 국제적인 도시로 성장할 것이다. 런던에는 충분한 다양성이 보장되는 도시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국제적인 도시로 성장해 나갈만한, 충분한 역량이 된다. 런던과 대전, 런던과 서울 등 도시대 도시로 직접 접촉을 하고 업무도 가능할 수 있다. 전 세계 어느 나라, 어느 도시와도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하던 일에 변화 없이 하던 일을 계속해 나갈 계획이다. 앞으로도 런던은 계속 앞으로 나갈 것이다.
-앞으로 런던을 롤모델(Role Model) 삼아 과학기술도시로서의 발돋움을 준비하는 도시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
▲어떤 도시나 그 도시가 가진 장점이 분명히 있다. 특히 한국의 큰 도시들은 교육수준도 높고, 좋은 기업도 많고, 과학기술 인프라도 좋고, 충분히 국제적으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여기에 도시 고유의 색깔을 찾고 그 특징을 살리고자 하는 많은 고민 끝에 과학기술산업과 접목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런던은 기존 런던 금융시장을 이용해 세계 거대 '핀테크 산업의 부흥'을 일으켰고 기존 전통적인 예술과 기술을 결합해 'Creative Industry(창조산업)'을 이끌어 냈다. 이처럼 모든 도시들의 고유 특징과 과학기술산업을 접목시켰을 때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 각 도시가 가지는 고유한 특징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런던=최소망 기자 soman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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