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문현 충남대 스포츠과학과 교수·대전체육포럼 사무총장 |
1991년 정부는 생활체육진흥을 통해 국민건강과 체력증진 도모, 국민의 건전한 여가선용을 목표로 '국민생활체육협의회'를 발족시켰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올림픽 잉여금으로 탄생한 국민체육진흥공단을 통해 체육시설을 확충하는 사업이었다. 전국 시도를 중심으로 전국체전을 순회 개최하며 체육시설 기반을 늘려갔고, 여러 체육시설 보급 사업 등을 통해 다양한 운동 종목의 시설건립과 설치를 지원해 국민들의 생활체육 환경을 조성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동호인이 활동하는 종목은 '축구'였다. 동네사람들이 모여 매일 새벽 축구를 하고, 주말에는 전회원이 팀을 이뤄 지역 축구팀과 승패를 겨룬다. 지금은 조기 축구라는 말을 거의 안 쓰고, '국민생활체육○○동호회 또는 ○○클럽'이라는 명칭으로 시장기, 구청장기, 연합회장기 등의 대회에 참가한다.
생활체육 지원 정책이 진행된 지 25년이 지나는 동안 사람들은 변화했다. 경기력 향상은 물론 다종목 생활체육동호인이 늘어난 것이다. 주중과 주말에 하는 종목이 다르고, 계절별로 참여하는 종목이 따로 있다. 또 몇 년 주기로 종목을 바꾸기도 한다.
필자도 주중 오전에는 테니스를 치고, 토요일에는 직장 축구클럽에서 축구를 하고, 주말에는 지역 축구동호회에 참여한다. 예전에는 배드민턴을 자주 쳤었는데 지금은 테니스로 전향했다. 테니스 동호회 회원 한 분은 매일 오전에 테니스를 3시간 친 후 탁구를 4시간 치러가고, 주말에는 골프를 즐긴다고 한다. 축구 동호인들은 축구를 마치면 당구와 스크린골프를 치러 가기도 한다.
게다가 계절이 바뀌면 또 몇 가지가 추가된다. 전공이 체육이라서 그렇기도 하지만 여름에는 수영과 윈드서핑, 요트, 래프팅, 카약, 제트스키와 스킨, 스쿠버 다이빙, 낚시를 즐긴다. 바쁘다 바빠. 조금 있으면 찬바람이 불면서 가을이 되고 이런 저런 대회에 출전하게 된다.
겨울에는 스키를 타야 된다. 자주 타지는 못하지만 한 겨울에 두세 번은 스키장을 찾는다. 그리고 가끔 스케이트장도 찾는다.
지금은 통합이 되었지만 지난 25년간 시ㆍ구청 공무원들과 시체육회(옛 시생활체육회) 직원들이 주말을 몽땅 반납하고 헌신과 수고를 한 결과, 시민에게는 건강과 화합이, 도시에는 건전한 스포츠 문화가 정착됐다.
생활체육의 대표 슬로건인 'SPORT7330'이란 1주일에 3일 이상, 하루 30분 이상 운동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요즘의 모양새를 보면 'SPORT7333'이란 표현을 써야 할 것도 같다. 일주일에 3일, 하루 30분 이상, 3종목 이상에 참여하는 동호인들이 부쩍 많이 보인다. '진정한 생활체육 마니아' 족이라 할 수 있겠다.
평균 연령 60세를 넘은 생활체육 경력 20년 이상의 '도인'들이 생활체육 현장에 많이 산다. 이분들은 건강한 체력과 노련한 기술로 젊은 사람들과의 게임에서 절대로 지지 않는다.
바쁘다 바빠… 생활체육 '1인 3기'의 시대가 시작됐다.
정문현 충남대 스포츠과학과 교수·대전체육포럼 사무총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