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시대에 그런 크나큰 도전정신을 요구하지도 않고 약간 편안(?)하게 대자연을 느끼고 만끽할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일본의 구로베 협곡이다. 구로베 협곡은 일본의 도야마현에 위치해 있는데 협곡을 구경하려면 도롯코 열차를 타야한다. 열차는 우나즈키역을 출발해 게야키다이라역까지 가는데 거리는 20㎞로 통과하는 터널 수가 41개, 건너는 다리 수가 21개에 달한다. 토롯코 열차는 깊은 협곡에서 진행하는 공사현장에 장비와 물품을 배달하던 용도로 사용됐는데 지금은 관광객을 태우고 협곡 이곳저곳을 누비는 용도로 쓰인다. 토롯코 열차는 놀이공원에서 운행되는 기차라고 생각하면 된다. 객차는 오픈형의 등받이가 없는 일반객차, 등받이가 있는 릴렉스 객차, 특별 객차로 분류된다. 더위가 시작되는 시점이라 우리는 오픈형의 일반객차를 탔다.
출발시간을 알리는 소리에 긴장도 잠시 활짝 웃으며 손 인사를 건네는 직원들의 모습에서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역을 출발해 얼마 지나지 않아 진홍색 철교가 보였다. 신야마비코라 불리는 다리인데 열차 소리가 메아리(yamabiko)가 되어 온천마을에 울린다고 해 그 이름이 붙여졌다. 조금 더 가니 에메랄드빛 호수가 눈에 들어왔다. 2001년에 완공한 우나즈키댐으로 홍수 조정과 발전 등을 목적으로 축조된 댐이다. 아름다운 풍경에 여기저기서 감탄과 카메라 셔터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를 기관사가 들은 건지 원래 잠시 정차하는건지 열차가 멈춰 섰다. 사람들은 일어나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렇게 자연의 위대한 모습을 눈과 카메라에 충분히 담았을 쯤 열차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시 조금 이동하니 유럽의 오래된 성 같은 건물이 나오는데 신야나기가와라 수력발전소 건물이다.
협곡이 주는 볼거리는 무궁무진했다. 원숭이들만 건너는 원숭이다리부터 만년설이 녹아 호수로 유입되는 모습 등등…. 열차는 깊고 울창한 협곡 사이를 달려 첫 번째 정차역인 구로나기역에 도착했다. 구로나기역은 온천으로 유명한데 산으로 난 산책로를 따라 약 20분 정도 올라가면 당일치기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큰 노천탕이 나온다. 참고로 온천욕은 오후 4시까지다. 구로나기역에서는 몇몇 사람이 내려 온천으로 올라갔다. 승객들을 내린 열차가 다시 출발하자마자 아토비키 다리가 나왔다. 높이 60m, 길이 64m의 연선에서 가장 깊고 험한 계곡에 놓인 다리로 예전에 입산자가 너무나도 계곡이 깊어 뒷걸음질(atobiki) 친 것이 명명의 유래다. 그렇게 열차는 약 1시간을 달려 우리들의 최종목적지인 가네쓰리역에 도착했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내렸지만 일부 관광객들은 종착역인 게야키다이라역까지 가기도 했다. 가네쓰리역에 도착한 우리는 지하도를 통해 산책코스가 있는 반대편으로 이동했다. 다음 열차까지 약 50분 정도의 여유시간이 있었다. 산책로를 따라가면 구로베 강 밑에까지 접근을 할 수 있다.
구로베 강의 맑은 물과 외진 곳에 있는 이름 없는 온천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명소가 있다. 강변에서 솟아나는 노천탕이 인기인데 오후 4시 이후는 숙박자 전용으로 이용된다. 족욕을 위해 양말을 벗고 발을 담그니 따뜻한 느낌이 발끝에서 전해져 올라왔다. 여행의 피로가 한꺼번에 풀리는 것 같았다. 그렇게 자연이 주는 소중한 볼거리와 체험을 하고 다시 가네쓰리 역으로 돌아왔다. 열차시간이 조금 남아 역에서 판매하는 토산품과 간식거리를 구경하고 역 위에 위치한 가네쓰리 삼존상을 구경하러 올라갔다. 구로베 강의 범람을 막고 홍수로부터 하류에 있는 집들을 지키기 위해 안치한 것이다. 다시 열차에 오르자 출발 때와 마찬가지로 역무원들이 환한 웃음과 손인사로 떠나는 우리를 배웅했다. 참고로 협곡의 볼거리는 대부분 우측에 있으며 추위를 타는 사람이라면 여름이라도 가벼운 겉옷 하 나를 챙기면 좋다. 오픈형 열차를 타고 터널을 통과하면 약간 서늘한 느낌이 든다.
▲가는길=도야마역에서 지방철도를 이용해 우나즈키역으로 가면된다.
▲먹거리=우나즈키역과 주변에 우동과 카레, 돈가스 등을 판매하는 식당이 있다.
글·사진=이성희 기자 token77@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