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한민국 교육을 이끄는 '놀이통합교육'이 희망이다
옹기종기 모여 교실 바닥에 앉아 까르르 웃어가며 고누를 하는 아이들, 신발 들고 후다닥 운동장으로 뛰어가는 아이들, 무엇이 그리 심각한지 함께 모여 토론을 하는 아이들.
운동장에 나간 아이들은 운동장 옆에 그려져 있는 팔방놀이에서 열심히 구슬땀을 흘리며 놀이에 집중하고 있다.
왁자지껄 중간놀이를 마치는 종이 나자마자 아쉬워하는 얼굴을 하며 아이들은 제 자리를 찾아 3교시 수업을 시작한다. 아쉬움은 남지만 그래도 이따 남아있는 놀이 시간에 놀면 되니, 아이들은 밝은 표정으로 다시 선생님과 함께 공부를 시작한다.
학교가 변하고 있다. 단지 공부시간 사이에 짧은 '놀이시간'을 만들어 놀게 해주었을 뿐인데 아이들은 할 말도 많아졌고, 할 일도 많아졌으며, 공부 시간도 즐거워졌다.
2015년부터 대전시교육청이 관내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놀이통합교육을 실시하고 난 후부터다.
학교 현장에 새바람을 불러온 대전시교육청의 놀이통합교육을 알아본다.<편집자 주>
▲놀이시간 확보해 '행복 향상', 놀이통합교육=놀이통합교육은 현행 교과와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구성되는 학교교육에, 놀이 활동을 체계적으로 융합한 교육으로, 대전시교육청이 전국에서 최초로 시행하고 있는 교육과정이다.
시교육청이 전국 최초로 놀이를 교육하게 된 것은 '놀이'가 단순히 놀며 시간을 보내는 것 아닌 아이들이 놀이를 통해 지적, 정서적, 신체적 기능이 발달한다는 점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또래와 함께 어울리면서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인간관계 능력이 발달하며, 장소와 상황에 따라 수시로 변화는 놀이와 놀이규칙을 통해 준법성과 창의성이 길러지는 것도 놀이 교육의 효과로 꼽힌다.
실제로 학교 교육과정 속에서 또래와 함께하는 놀이 시간을 확보하고 또래문화를 통해 소통과 배려의 전인적 성장의 기제를 제공해줌으로써 OECD 국가 중 행복도가 가장 낮은 우리나라 어린이들의 행복 향상 솔루션으로 연구돼 단위학교에 정착 확대되고 있다.
전국 최초로 도입한 시교육청의 '놀이통합교육'에 대해 타시도교육청도 운영 방법과 내용에 대한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모든 초등학교 하루 50분 이상 놀이시간 필수로 운영=대전에 있는 모든 초등학교에서는 하루 50분 이상 놀이 시간을 필수로 운영하고 있으며, 아이들이 스스로 놀이 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하는 동아리 기반 활동과 학교 차원의 제도적 지원이 결합되어 단위학교 상황에 맞게 운영되고 있다.
놀이와 관련된 교과 및 주제를 활용한 교육과정 기반 놀이 활동과 함께 학부모,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놀이 문화 확산 사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시교육청에서는 교사 연수, 놀이통합교육 연구학교 및 선도학교 운영, 장학자료 개발 보급 등으로 학교 현장의 놀이통합교육 정착을 돕고 있다.
올해는 놀이 문화 확대와 사회적 공감대 확산을 위해 지난 5월 4일부터 5일 이틀간 대전엑스포시민광장에서 '제1회 대한민국 어린이 놀이 한마당'을 개최하기도 했다.
'어린이 놀이 한마당'은 놀이마당 , 공연마당, 참여마당으로 나눠 세계놀이, 창의놀이, 전통놀이 체험 프로그램, 단체 놀이, 다채로운 공연 등이 다양하게 펼쳐졌다.
약 12만여명의 전국 유치원생, 초등학생, 중학생, 시민 등이 참여해 놀이에 대한 인식과 중요성을 전국에 널리 알리기도 하였다.
지난해 시교육청이 학생과 학부모 교사 등 2만5050명을 대상으로 놀이통합교육에 대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학생 89.3%, 학부모 93.1%, 교사 94%가 '놀이 활동 시간이 필요하다'고 응답했으며 학생 87.9%, 학부모 93.9%, 교사 95.7%가 '놀이로 학생들의 학교생활이 더 즐거워졌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행복한 학교, 놀이통합교육을 말하다=대전자양초의 경우 '전래 놀이 존(ZONE)' 운영을 통해 함께 나누는 놀이 문화 정착에 앞장서고 있다.
1동 교사(校舍)와 2동 교사(校舍)사이의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여러 실외 전래놀이 도안을 그려 놓고 관련 교과 및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 쉬는 시간, 점심시간, 방과후 시간에 학생들이 놀이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전래 놀이 존(ZONE)'운영 전에는 운동장에 나가도 놀 줄 몰라 혼자 앉아있는 학생들이 많았으나 지금은 다양한 놀이 중에서 골라 노는 재미를 아이들은 느끼며 놀고 있으며, 기초 체력 향상, 바른 인성 및 공동체의식 함양, 놀이의 자율성 확대 등 다양한 측면에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김명민(대전자양초 6학년) 학생은 “예전에는 친구들과 게임에 관한 이야기나 축구 이외에는 함께 할 이야기도, 놀이도 없었는데 지금은 놀이 규칙과 새로 만든 놀이에 대한 이야기로 할 이야기가 많아졌다”며 “부모님께 '전래 놀이 ZONE'에 대해 말씀을 드렸더니 부모님이 어렸을 때 하셨던 놀이에 대한 추억을 말씀해 주시면서 부모님께서 더 신나하시는 모습이 참 재미있었다” 고 말하였다.
대전노은초는 놀이를 잃어버린 학생들에게 아침자습시간, 점심시간, 쉬는 시간, 방과후를 이용해 하루 50분 이상의 놀이 시간을 제공하고 있다.
올해는 특히 놀이통합교육 선도학교로 지정되어 생태놀이, 놀이감 대여소, 상시 놀이 공간 구축을 위해 힘쓰고 있다.
쉬는 시간 10분으로는 할 수 없었던 운동장 놀이를 아침자습시간을 이용해 학년별로 돌아가며 실시하다보니 학생들은 하루가 활기차고 기분도 상쾌해진다.
실외에는 학교 구석구석 팔방놀이와 달팽이놀이, 8자놀이, 땅콩놀이 등 다양한 놀이 선들이 그어져 있어 학생들은 밖에 나가기만 하면 놀이 세상을 만날 수 있다.
또한 놀이감 대여소가 마련돼 있어 축구공, 피구공, 탱탱볼 등 다양한 종류의 공과 놀이감들이 친구들과의 놀이를 신나게 해준다.
학부모 정 모씨는 “평소 소극적인 아이가 이번에 전학을 왔는데 놀이 시간에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놀면서 오히려 표정도 밝아지고 친구관계도 좋아졌다”며 “아이가 학교에 가는 것을 즐거워해서 너무 기쁘다” 고 말했다.
오희룡 기자 hu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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