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상구 충청문화연구소장 제공 |
1967년 보문산 북쪽 기슭에 세워진 평화탑
개인 사유물, 안전위험 등 이유로 지난달 중순 철거돼
대전 보문산 북쪽 기슭에 자리한 ‘청심등대세계평화탑’이 돌연 사라졌다. 갑자기 없어진 평화탑에 등산객과 시민들은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 50년 가까이 그 자리를 지키던 평화탑의 실종, 어찌된 일일까.
종교연합평화의회는 지난 1967년 10월 3일 보문산 북쪽 기슭 야외음악당 우측 산봉우리 부근에 청심등대세계평화탑을 세웠다. 세계평화와 남북 평화통일, 종교화합을 기원하기 위해서였다.
평화의회는 신선도 백원 김백룡 지도법사가 구성한 종교연합이었다. 평화탑은 원형 철조건물로 사방 12척 12기둥, 높이 12척(6층) 규모로 지어졌다.
이 탑에서 백원 선생은 수련하며 제자 40~50명을 양성했다. 책을 저술하기도 했다. 평화탑은 등산로 주변에 위치한 만큼 등산객과 시민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시민들은 종교적인 이유를 떠나 보문산에 우뚝 솟은 평화탑을 명물로 여겼다. 산행 도중 평화탑을 둘러보는 인원도 많았다. 하지만 평화탑은 백원 선생이 1994년 사망하면서 사실상 방치되고 만다.
제자들이 평화탑을 관리했지만 쓰레기를 줍는 수준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노후화에 따른 안전진단이나 보수작업이 절실했다. 붕괴사고 위험도 배제할 수 없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행정당국은 평화탑이 개인 사유물이고 종교상징물이라는 이유로 관리에 나서지 않았다. 평화탑은 흉물스럽게 방치된 채 자리를 지켰고, 지나가는 시민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보수를 요구하는 등산객들의 민원도 늘어만 갔다.
보다 못한 일부 제자들과 시민들은 보문산 세계평화탑 유지보수 추진위원회를 결성, 보문산공원관리사업소에 평화탑 보수·관리를 요구하기에 이른다. 이에 사업소는“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답했으나 평화탑은 지난달 9~14일 해체작업을 거쳐 완전 철거됐다.
등산객 윤모(45)씨는 “평화탑은 15년 전부터 보문산을 오를 때마다 꼭 찾았던 곳인데 갑작스럽게 철거된 것 같다”며 “유지보수를 통해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이 정말 없었는지 아쉽다”고 말했다.
신상구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은 “5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평화탑이 한 마디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철거돼 아쉬움이 크다”며 “평화탑 기단부에 봉안됐던 단군상이나 북 등 유물들에 대한 추적관리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공원관리사업소 측은 평화탑의 안전위험성이 커 철거했다는 입장이다.
보문산공원관리사업소 관계자는 “평화탑이 산 정상에 위치하고 노후화로 인해 태풍이나 강풍으로 쓰러질 위험이 높아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철거하게 됐다”며 “백원 선생 후손들과 협의를 거쳐 진행한 만큼 일방적인 철거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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